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방한 경기에서 ‘호날두 노쇼’ 사태를 초래한 이탈리아 유벤투스와 상급 단체인 세리에A 사무국에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에서 반발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SNS에 수상 실적을 자랑했다.
김진형 연맹 홍보팀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유벤투스의 방한 태도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무례하고 오만했다. 전날 유벤투스와 세리에A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며 “한국 축구팬들은 상처를 받았다. 공문 발송은 주최사와 무관하게 연맹이 해야 할 도리다. 공문에 강한 어조로 항의했다”고 밝혔다.
유벤투스는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3대 3으로 비긴 친선경기에 지각해 경기를 57분이나 지연했다. 최소 45분 출전을 약속했던 호날두는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고, 앞서 오후 3시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던 팬미팅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유벤투스는 한국에서 체류한 12시간여 동안 추산치만 30억원을 챙겨 이탈리아로 떠났다.
유벤투스는 경기 당일 미뤄진 킥오프 시간을 연맹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전·후반을 각각 40분으로, 하프타임을 10분으로 축소하자’고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협박에 가까운 ‘갑질’도 자행했다. 김 팀장은 “유벤투스가 ‘시간 축소를 수락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고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로 요구했지만 연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벤투스가 경기 취소를 일방적으로 강행했으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만석으로 채우고 1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6만5000여명의 관객은 그대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관중은 입장권 환불과 주최사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민사소송도 시작됐다. 김민기 법률사무소는 지난 29일 주최사 더페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원고는 관객 2명이고, 손해배상액은 입장권 가격과 정신적 위자료 등을 합산한 1인당 107만1000원으로 청구됐다. 법률사무소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
유벤투스 방한 경기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지만, 호날두는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 인스타그램에 방한 이후 처음으로 올린 공개형 게시물은 사과문이 아닌 스페인 일간 ‘마르카’로부터 수상한 스포츠선수상 ‘리옌다’를 들고 촬영한 사진이었다. 호날두는 “매우 행복하고 영광스럽다”고 적었다. 호날두가 평소 소통창구로 활용하는 인스타그램은 팬 1억7700만명과 연결돼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