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 없었는데…” 박기남 전 서장, ‘고유정 체포 영상’ 추가 유출 정황

입력 2019-07-30 14:45 수정 2019-07-30 15:03
고유정 체포 당시 영상 캡처, 박기남 전 서장. 뉴시스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구속기소)의 긴급체포 당시 영상을 상부 보고 없이 언론에 제공해 경찰청 조사를 받는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의 영상 추가 유출 정황이 나왔다.

30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박 전 서장이 지난 27일 오후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해 한 방송사 기자에게 고유정 체포 현장 영상을 전송했다는 의혹에 대한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 전 서장은 이 영상을 개인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다가 기자의 요청 없이 자발적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경찰은 관련 의혹을 추가해 조사 중이다.

앞서 박 전 서장은 같은 날 세계일보에도 영상을 권한 없이 전달했다. 경찰은 지난 인사에서 제주지방경찰청 정보장비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긴 박 전 서장이 이 영상을 공개한 행위가 경찰청 수사공보 규칙에 어긋난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에 수사내용을 알릴 때는 공부 책임자나 관서장이 하게 돼 있으나 인사이동한 박 전 서장이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영상을 유출해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서장의 영상 유출 시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고유정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그는 그동안 언론 브리핑에 나설 때마다 피의사실공표가 우려된다며 질문을 사양하고 답변을 꺼려왔다. 사건이 발생한 지 두달이 넘은 시점에서 특정 언론에 영상을 제공한 것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영상이) 적절한 수준에서 공개됐는지, 절차적인 면에서 적절했는지 진상파악 중”이라며 “부적절한 면이 있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 전 서장을 정식 감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경찰청은 형사과를 주축으로 우선 진상조사를 하고 본청에 보고해 후속 조치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감찰 단계가 아니므로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