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최초 제안하고 정부 부처에서도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던 ‘부산항 신항 웅동지구(2단계) 1종 항만 배후단지 개발사업’ 제3자 공모 우선협상대상자로 공기업인 부산항만공사가 선정되자 경쟁업체가 ‘절차상 하자’를 주장하며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항 신항 웅동지구(2단계) 1종 항만배후단지 개발사업’ 제3자 공모에 참가했던 태영건설 컨소시엄(태영건설 75%, 서부산권산업단지 사업관리단 25%)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접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1월 서부산권산업단지 사업관리단에서 최초 제안하면서 진행된 웅동지구 개발사업은 민자사업으로 지정돼 올해 2월 제3자 제안 공모 절차를 착수했다.
공모에는 부산항만공사와 태영건설 컨소시엄이 참가했으며 사업계획서 평가 결과 지난 10일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산항만공사가 선정됐다.
이를 두고 태영건설 컨소시엄은 민자사업으로 해수부가 공모를 진행한 웅동지구 개발사업에 해수부 산하 거대 공기업인 부산항만공사가 참여하는 것부터가 적절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업관리단이 최초 제안한 웅동지구 개발사업은 타당성 분석결과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해수부에서는 지난 2월 8일자로 ‘민간공모를 통한 항만배후단지 조기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 유도’에 목적이 있다는 것을 명시한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며 기획재정부에서도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여러차례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정책 취지와는 반대로 공기업인 부산항만공사가 공모에 참여하면서 결국 민간투자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태영건설 컨소시엄은 “본 사업 추진방법으로 부산항만공사의 직접 시행 대신 민간제안 수용 후 제3자 제안 공모공고를 선택한 것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예산절감과 항만 배후단지의 조기 확충(활성화)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자 유치로 추진되는 사업에 대해서까지 항만공사의 참여를 허락할 경우 정부기관 산하 공기업의 지위를 이용해 민간사업자의 권익을 크게 침해하고 민자사업의 근본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민자사업에 대해서는 항만공사가 참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모지침서상 웅동지구 개발사업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이 필수적이지만 항만공사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는 항만배후단지의 조성 등의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것만을 허용하고 출자를 통한 자회사 설립방법에 의해 수행할 수 없기에 SPC 설립이 법적으로 불가능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태영건설 컨소시엄은 공모를 실시한 해수부에도 이같은 문제점을 제기했으나 절차를 계속 지연할 수 없다며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만약 부산항만공사가 SPC 출자가 가능하더라도 100% 출자한 자회사로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는 부산항만공사가 불필요한 자회사를 만들어 일종의 ‘몸집 키우기’에 해당돼 방만한 공기업 운영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석연치 않은 평가 진행도 문제였다. 공모지침서상의 사업대상 면적은 85만㎡이지만 부산항만공사는 평가인단과의 별도 논의도 없이 면적을 75만㎡로 임의 축소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면적 감소로 인한 사업비 차이는 평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성과 신뢰성이 깨진 것이다.
실제 태영건설 컨소시엄은 공모지침에 의거, 85만㎡로 제안해 사업비를 2230억원으로 산정하였으나 부산항만공사는 75만㎡로 제안하면서 사업비와 분양가를 줄여 점수 상에서 이점을 얻었을 것이라고 건설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최초 제안자인 사업관리단이 변경 제안을 한 경우에도 가점(최대 10점, 변경시 5점)이 주어져야 하지만 해수부는 태영건설 컨소시엄에 별도 설명 없이 평가 당일 가점을 불인정 처리했으며 평가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발견됐다.
결국 태영건설 컨소시엄은 민간의 창의력과 노력으로 정성평가 부분에서는 앞섰으나 신용도, 실적 등 계량평가에서 절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거대 공기업 부산항만공사에게 불과 0.37점 차이로 공모에서 탈락했다.
한 민자사업 전문가는 “민간제안 사업에 신용도나 실적에서 민간보다 월등한 공기업이 참여하여 경쟁한다면, 민간에서는 아무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최초 제안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제안을 통한 민자사업에 공기업인 부산항만공사가 참여하는 것은 정책 취지를 무시한 ‘공기업의 밥그릇 지키기’”라며 “이는 국토교통부에서 공모하는 민자 도로사업에 한국도로공사가 참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단 1점이라도 가점을 받았다면 고작 0.37점 차이로 탈락한 평가결과가 완전히 뒤집어 졌을 것”이라며 “이번 결과가 나쁜 선례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평가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는 “경쟁사업에서 쌍방 간의 주장이 있을 경우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평가 후의 논란을 없앨 수 있으나 이를 무시한 채 강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번 평가와 관련해서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통해 문제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