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성파’인 존 래트클리프 하원의원이 후임 국가정보국장에 지명된 데 대해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댄 코츠 현 국장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북핵 등 각종 민감한 현안을 두고 정보기관의 평가를 가감 없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 갈등을 빚었다. 래트클리프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 트럼프 대통령 입맛에 맞는 정보만 선별해 올리며 정보기관의 독립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부터 자국 정보기관들을 불신해왔다. 중앙정보국(CIA) 등 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러시아 정부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지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을 두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보기관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래트클리프 지명자가 국가정보국장에 취임하면 이런 불협화음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두고 연방수사국(FBI)과 대립하던 끝에 측근 인사인 윌리엄 바를 법무장관으로 기용하면서 수사기관 장악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정보국장까지 자기 사람으로 채운다면 행정부 내부에서는 그를 위협할 세력이 사라지는 셈이다.
WP에 따르면 정보 당국자들은 래트클리프 지명자 취임 이후 정보기관들이 정치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관 직원들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보고를 할 때 트럼프 대통령 귀에 거슬릴 만한 정보는 자체 검열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전직 정보 당국자들은 래트클리프 임명이 정보기관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움직임으로 평가하고 있다.
래트클리프 지명자 자신도 트럼프 대통령과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래트클리프 지명자는 지난 2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클린턴 재단 쪽과 가까운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범죄가 저질러졌다”며 수사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래트클리프 지명자의 정치색 논란은 상원 인준 청문회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6개월 남짓 활동한 것을 제외하고는 정보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는 것도 약점이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래트클리프 지명자가 인준 절차가 상당히 험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