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전복 혐의 등으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재미교포 김동철 목사가 한국과 미국을 위해 북한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으로부터 북한에서 ‘안테나’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받고 정보입수를 위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협력했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2009년부터 북한에서 스파이 활동을 했으며 나선경제특구(SEZ)에서 기업가로 활동한 독특한 지위 때문에 스파이로 채용됐다”고 말했다고 북한전문 인터넷매체 NK뉴스는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간첩 및 체제전복 혐의로 2015년 10월 북한 함경북도 나선에서 체포된 김 목사는 이듬해 4월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6년 3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조선 정보 모략꾼들의 지령을 받고 공화국의 당·국가·군사 비밀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넘겨주는 간첩 행위를 감행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당시 보도한 바 있다.
김 목사는 NK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자회견 당시 했던 말은 “대부분 사실”이라고 말하며 미국으로부터 북한에서 ‘안테나’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테나’ 역할을 자임하며 미국의 이익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CIA와도 협력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정보 중에는 북한의 군사 및 핵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정보도 있었다. 김 목사는 “CIA는 위성사진을 통해 나진항에서 의심스러운 선박을 감지하던 중에 나에게 초근접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했으며, 그 선박이 무슨 용도로 쓰이고 있는지 파악해냈다”며 “나는 (체포) 바로 전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가 장착된 시계로 장면들을 촬영했으며, 전자파 도청 장비들을 사용했다”고도 말했다.
김 목사는 북한 억류 중 구타와 고문들 당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물고문을 8번 당했다”며 “몇차례 자살시도를 했지만 죽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문으로 현재 김 목사는 신체 일부에 마비증상이 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NK뉴스는 CIA나 미 국무부, 국가정보원에 확인 요청을 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 CIA 국장 출신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한국계 미국인인 김상덕, 김학송씨와 함께 미국으로 귀환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