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수 ‘앤 마리’의 무료 공연이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사태와 비교되면서 국내 팬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스타인 두 사람은 공연과 경기 일정을 위해 내한했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해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이후의 행보는 상반됐다. 호날두는 경기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제대로 된 해명 없이 출국했다. 반면 앤 마리는 SNS를 통해 자신이 요구해 공연이 취소된 게 아니라고 해명한 뒤 자비를 들여 게릴라 공연을 열었다.
앤 마리는 지난 28일 오후 9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리는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 위해 내한했다. 주최사인 페이크 버진은 공연 당일 “앤 마리의 예정된 공연은 뮤지션의 요청에 따라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이에 앤 마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팬들에게(To my korean fans)'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앤 마리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내가 결정했다면 무대에 섰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앤 마리는 “우천과 강풍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지겠다는 각서에 사인해달라고 주최 측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앤 마리는 이날 밤 공연을 취소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오후 11시30분 인천에 있는 한 호텔 라운지라고 공지한 앤 마리는 “티켓은 필요 없다”고 했다. 이같은 공지에 수백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앤 마리는 현장에 오지 못한 팬들을 위해 SNS로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했다.
앤 마리의 대표곡인 ‘2002’를 열창할 때 한국 팬들은 따라 부르며 큰 호응을 보였다. 팬들은 예정된 공연에서 보여줄 ‘종이비행기 날리기’ 이벤트를 앤 마리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종이비행기는 앤 마리의 안전을 위해 앞 코가 접혀 있었다. 한국 팬들에게 감동한 앤 마리는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팬들은 “돈 크라이”를 외쳤다.
이같은 모습은 최근 친선경기를 위해 내한했던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비교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호날두는 지난 26일 팀 K리그와의 친선경기를 위해 한국을 찾았었다. 호날두가 소속된 유벤투스는 경기에 지각해 57분이나 늦게 경기가 시작됐다. 게다가 출전을 약속했던 호날두는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켰다.
이 경기에서 호날두가 45분 이상 뛰는 옵션으로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축구팬들은 4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입장권을 마다하지 않고 구매했다. 입장권 판매도 2시간 30분 만에 매진되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호날두는 컨디션과 근육상태 등을 이유로 1분도 뛰지 않아 축구팬들의 야유를 받아야 했다. 결국 2000명이 넘는 국내 축구팬들은 경기 주최 측인 ‘더 페스타’와 ‘유벤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