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선원 3명과 소형 목선이 29일 오후 3시31분 북으로 돌아갔다. 28일 오전 2시17분과 오전 5시30분 선원들과 선박이 각각 이송·예인된 지 하루 반나절 만에 조사부터 인계까지 조치가 완료된 셈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대공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선원 전원이 송환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목선이 NLL을 월선한 것은 출항지로 복귀 중 남측의 불빛을 북측의 다른 항으로 착각해 더 남하했기 때문이라고 합참은 설명했다.
북한 선원들은 ‘귀순 의사’ 표시로 해석될 수 있는 흰색 손수건을 목선 마스트(돛대)에 걸어뒀던 이유에 대해 “출항 시부터 달았다. 대형 선박과의 충돌 예방을 위해 통상적으로 부착한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합참에 따르면 문제의 목선은 지난 25일 오전 1시쯤 강원도 통천항에서 출항해 동쪽 약 85마일(157㎞) 해역에서 사흘간 오징어 조업을 했다. 27일 오전 기상 악화 소식을 들은 선원들은 복귀를 위해 연안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같은 날 오후 10시쯤 연안 쪽에서 불빛을 발견했다. 그런데 선장이 불빛이 보이는 곳을 원산항 인근으로 착각, 원산항에서 40여㎞ 더 남쪽에 있는 통천항으로 가려고 항로를 바꿨는데 실제로는 남측 지역으로 넘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선원 3명의 진술이 대체로 일치한다”며 “위성항법장치(GPS) 없이 나침반에 의존하다 보니 항로 착오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목선은 길이 10m·너비 2m·높이 1.3m 크기로, 22마력의 경운기 엔진을 장착했다. 배 안에서는 그물, 어구, 오징어(약 20㎏) 등 8종 16점과 휴대전화 1대, 개인 의류, 식기류 및 음식물 등 실제 조업한 흔적이 발견됐으며 침투 의심 장비는 없었다고 합참은 전했다.
우리 해군 함정과 조우할 때 우리 측과 동일한 패턴으로 불빛을 비춘 건 북한군 단속정으로 인식하고 위수지역에서 나가겠다는 표시였다고 이들은 진술했다.
이 목선은 군 소속 부업선으로 파악됐다. 군 부업선은 개인이 배를 구매해 군 수산반에 등록한 것으로, 어획량 중 매달 일정량(지난달 60㎏)을 군에 상납하면 나머지 추가 이익분은 선원들이 나눠 갖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선원들은 모두 민간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선원 중 한 명이 군복을 착용하고 있었던 점도 우리 해군이 목선을 예인한 이유가 됐지만, 합참은 해당 선원의 부인이 장마당에서 얼룩무늬 원단을 구입해 직접 만들어 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귀순 의사를 묻는 우리 군의 질문에 “아니오, 일 없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사 착수 하루 만인 이날 오전 북측에 송환 사실을 알리는 대북통지문을 전달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상황, 사례에 따라 송환 기간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북한 주민의 자유의사가 확인되면 저희는 조속하게 송환해 왔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