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하루]“쿵!”, ‘오늘도 부딪히고 있어요’

입력 2019-07-30 05:00 수정 2019-07-30 05:00
순천만국가정원 내 국제습지센터에서 참새 한 마리가 투명 유리창에 충돌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이 환경부에 제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방지 대책수립' 연구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유리창 충돌로 하루 2만 마리, 연간 800만마리의 새들이 투명 유리창과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10개월간(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전국의 불특정 다수의 지점 56개소(건물 유리창 12개 광역시도 30개소, 투명 방음벽 10개 광역시도 26개소)를 대상으로 측정해 산출한 수치다. 1년에 하나의 건물에서 1.04마리가 죽는 걸로 조사가 됐고 우리나라 건물 총 712만채를 곱한 765만마리로 계산됐다. 방음벽의 경우 1km에 연간 140마리 정도가 폐사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특정하게 많이 죽는 곳은 측정 오류의 소지가 있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국립생태원이 시뮬레이션을 만 번정도 돌려 얻은 수치다.

“쿵!”

지난 5월과 6월 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생태수도를 표방하는 전남 순천만국가정원 내 국제습지센터를 찾았다. 국제습지센터와 야생동물원의 입구가 만나는 통로처럼 길게 뻗은 센터의 2층 유리창에서 새가 충돌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방문시마다 같은 자리에서 머물렀다. 첫날에는 3시간 동안 3회의 충돌을 목격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4시간 동안 4회의 충돌이 목격됐다.

하지만 국제습지센터는 제대로 된 조류충돌 저감 방안이 전혀 적용되어 있지 않다. 드문드문 ‘버드세이버 스티커’(맹금류 스티커)가 붙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잘못된 방식이다.

맹금류 스티커의 경우 새들은 검은색 장애물 정도로 인식한다. 더구나 이런 버드세이버 스티커를 맹금류로 착각해 새들이 유리벽을 피해 날아갈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예측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그래서 국제습지센터와 같이 드문드문 붙어 있는 경우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은 옆 창문에 부딪혀 죽는 경우가 발생한다. 스티커로 충돌을 막고자 한다면 전 유리창에 다 붙여야한다. 전부 투명 유리로 지어진 국제습지센터는 사실상 조류 충돌의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제습지센터에 드문드문 맹금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스티커로 충돌을 막고자 한다면 전 유리에 맹금류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 내 국제습지센터에서는 조류의 충돌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문제의 인지는커녕 시의 ‘버드세이버’ 시범사업 선정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어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버드세이버 사업이요? 저희가 선정이 되었다구요?”

국제습지센터의 홍보와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관계자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조류 충돌 문제와 관련해 순천시가 시범사업에 선정된 사실을 확인차 묻자 이같이 답했다.

순천시는 지난 4월 환경부로부터 ‘건축물·투명방음벽 조류충돌 방지테이프 부착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정부는 생활주변의 인공 구조물(유리창 등)에 조류의 충돌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시범사업 공모를 실시해 순천시 등 5곳을 최종 선정했다.

이 관계자는 “부서가 많아 세세한 부분은 모른다. 궁금한 부분은 메모해서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첫 순천만국제습지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유리창에 부딪힌 뒤 되돌아가는 참새의 모습을 시간 순서로 나열했다.

순천시는 시범사업에 선정된 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주변 건축물로 확대 설치해 대한민국 생태수도의 위상에 맞는 ‘조류 충돌 저감 선도도시’로 위상을 세워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조류 충돌 담당자는 아니었지만 그는 순천시 국가정원의 홍보와 행정 업무 담당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천시의 입장과 정확히 배치되는 그의 발언이 아쉬웠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연간 20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대 최고의 생태 관광지다. 그만큼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통해 다양한 생태계 환경과 보전 방법을 공부한다.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관련 전문가들은 환경의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육은 사람들의 인식과 지식 수준을 끌어올려 야생 조류에 대한 보호나 생태계 환경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제대로 된 야생조류 충돌 저감 방안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다.

야생조류 충돌이 빈번히 발생하는 국제습지센터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투명 유리창 너머로 물새인 홍학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센터 옆에는 홍학 4종 44마리가 서식하는 물새놀이터가 있고 인근 WWT습지에는 조류 3종 63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조류 충돌 담당자는 순천만국제습지센터에서 발생하는 야생조류 충돌 문제와 관련해 몰랐다고 인정하며 “현재 맹금류 스티커는 효과가 떨어져 환경부로부터 격자틀을 신청해 둔 상태다, 문제의 지점인 급한 부분부터 빨리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조류 충돌 문제와 관련해 중앙부처와 협의해 생태적으로 풀어보겠다는 논의는 올해가 처음이다”며 “순천시는 선도도시 조성을 위해 도시 전체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니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지난 6월 12일 방문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투명 유리창에 5cm*10cm 간격으로 페인트 점이 찍혀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환경의 변화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매년 수강생을 모집해 야생동물에 대한 교육과 이해를 돕고 있다. 최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의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부분의 조류가 높이 5cm, 폭이 10cm 미만일 경우 날아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작은 실천과 노력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순천=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