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5G 스마트폰 준비를 앞두고 퀄컴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나타냈다. 애플은 퀄컴에 5G 모뎀 칩을 받기로 했으면서 자체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보다 1년이나 늦게 5G 시장에 진입하는 애플이 기존 사용자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인텔 스마트폰 모뎀 사업 부문 일체를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에 인수하고 자체적으로 5G 모뎀 개발에 착수했다. 인수 관련 절차가 올해 4분기에 완료되고, 개발 속도 등을 고려하면 직접 개발한 5G 모뎀은 2021년 이후에나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2020년 출시할 아이폰에는 퀄컴 5G 모뎀을 쓰면서 이후 상황에 따라선 퀄컴이나 자체 개발 모뎀을 동시에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퀄컴과 법적 분쟁을 겪으면서 5G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에 처했다. 법적 분쟁으로 퀄컴이 애플에 5G 모뎀 공급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때 대안으로 접촉한 곳이 인텔이었다. LTE 모뎀을 함께 개발했던 인텔과 애플은 5G 모뎀 개발에도 손을 잡았다. 하지만 올해 4월 애플과 퀄컴이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합의를 하면서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합의 당시 애플과 퀄컴은 6년간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다년간’ 칩셋 공급을 하기로 했다. 칩셋 공급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결정하지 않은 만큼 언제든 상황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애플이 퀄컴이라는 안정적인 모뎀 공급처를 되찾았음에도 인텔 스마트폰 모뎀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은 퀄컴과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퀄컴 외에 대안이 없으면 가격 협상을 할 때 애플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같은 부품이라도 공급처를 2~3개로 다변화해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을 오래전부터 구사하고 있다. 핵심 기술을 내재화함으로써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읽을 수 있다. 특히 ‘관리의 달인’으로 불리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스마트폰 모뎀 사업 부문은 퀄컴보다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애플과 힘을 합치면 격차를 이른 시간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 스마트폰 모뎀 사업 부문은 1만7000개의 특허와 2만2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애플이 계획대로 5G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삼성전자 등에 비교해 1년 늦게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이라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애플 생태계에 길들여진 사용자들의 경우 선택지가 아이폰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기와 상관없이 5G 아이폰 모델이 많이 팔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애플 제품에 대해 정확히 예측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궈밍치 톈펑국제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2020년 3종류의 아이폰에 5G 모뎀을 탑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2020년 2분기쯤이면 사용자들이 5G가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아이폰 5G 모델은 더욱 빠른 속도를 내는 초고주파수 대역(밀리미터웨이브)과 6㎓ 이하 대역을 모두 지원해 고가에 판매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