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가 부른 광주 클럽 붕괴…불법과 감독 허술이 빚은 ‘예견된 인재(人災)’

입력 2019-07-29 18:08
27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건물 2층의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사고 직후 대피하는 손님들의 모습.

지난 27일 광주 도심의 한 클럽에서 복층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2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는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외국인 선수들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며 전세계에 이 사고가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3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클럽 붕괴 사고가 예견된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광구 서구의회에서 ‘예외’ 조항을 만들면서 광주의 A클럽이 ‘춤 허용 지정업소’로 영업을 하고, 불법 증·개축을 일삼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당 구에서는 ‘안전 기준이 충족되면’이라는 춤 허용 지정업소의 기준을 정기적으로 감독하지 않아 문제를 키우고 방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A클럽은 이미 2016년 3월과 6월 두 차례 행정처분을 받았다.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허가를 받았음에도 객석에서 춤을 추는 등 변칙 영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마련된 광주 서구의 조례는 이례적인 부칙까지 덧붙이며 A클럽이 객석에서 춤을 출 수 있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27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에서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2015년 7월 18일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을 하겠다고 신고한 A클럽은 다음해 1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A클럽은 손님에게 술과 음식만 제공할 수 있는 일반음식점이었음에도 영업장 내에서 춤을 출 수 있는 ‘유흥주점’으로 운영했다. 유흥주점으로 영업하려면 더 강한 소방안전·식품위생 규제를 받고 세금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A클럽은 어떤 의무도 지지 않은 채 유흥주점처럼 영업을 했고 결국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2차례 행정처분을 받았다. 2016년 3월에는 한 달간 영업정지를 받았고, 같은 해 6월에는 636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서울 마포 등을 중심으로 복고음악을 틀고 영업장 내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감성주점’이 성행하기 시작한 2015년을 전후로 일반음식점 내에서 춤추는 행위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감성주점의 변칙 영업을 양성화하고 제도화해 안전·위생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2016년 2월부터 시행했다.

한편 개정안에는 ‘안전 기준이 충족될 경우 객석에서 춤추는 행위는 자치단체의 조례로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이 시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2월 19일 서울 마포구가 춤 허용 조례를 처음 시행하면서 서울 광진구, 서울 서대문구, 부산 부산진구, 광주 서구, 광주 북구, 울산 중구 순으로 춤 허용 조례를 제정·시행하기 시작했다.

27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입은 클럽의 내부 모습이다.

광주 서구의회는 2016년 7월 11일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춤 허용 조례)를 제정·시행했다. 그러나 서구의 조례 부칙 조항에는 ‘예외’가 하나 붙었다. 해당 조례 2조는 춤 허용업소를 ‘영업장 면적이 150㎡ 이하인 일반음식점 중 손님이 객석에서 춤출 수 있는 곳’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부칙 2조(150㎡ 초과 춤 허용업소 지정에 관한 특례)에는 ‘조례 시행(2016년 7월 11일) 이전 일반음식점은 면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예외를 뒀다.

광주 서구와 같이 춤 허용 조례를 제정·시행한 기초자치단체 7곳 중 이 같은 예외 조항을 둔 곳은 광주 서구밖에 없었다. 다른 자치단체 6곳은 춤 허용업소의 구체적인 면적 제한을 두거나 기존 영업장에 특례를 부여하지 않았다. 결국 광주 서구의 특별한 예외 조항 덕에 A클럽은 실내 면적이 504.09㎡에 달했음에도 춤 허용 일반음식점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이 같은 특례 부칙으로 춤 허용 일반음식점으로 지정된 영업점은 A클럽 단 한 곳이었다. 이로써 서구 지역에서 영업하고 있는 춤 허용 일반음식점은 기존에 신고했던 감성주점(394㎡)과 A클럽 단 2곳뿐이었다. A클럽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또 있었다. 조례 내에 ‘안전 기준을 충족할 경우’라는 규정이 있었음에도 지도·감독을 의무화한 조항을 둔 자치단체는 서울 서대문구가 유일했다. 나머지 6곳에는 ‘연 2회 이상 지도·감독할 수 있다’는 규정만이 있을 뿐 의무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광주 서구는 A클럽이 춤 허용 업소로 지정된 3년 동안 제대로 된 지도·감독을 해오지 않았다.

제도의 허점과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 속에 A클럽은 세 차례나 불법 증·개축을 일삼았고 안전규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 같은 허술함이 결국 3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참사로 이어졌으나 업주는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입건돼 200만원의 벌금만 받게 됐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