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총기사고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또 다시 총기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각각 열린 축제와 행사에는 경찰이 곳곳에 배치됐지만 참극을 막진 못했다. 미국에서 또 다시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지 주목된다.
AP통신, 미국 CNN방송 등 현지언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 카운티에서 열린 ‘길로이 마늘 축제’에서 28일(현지시간) 총격으로 최소 4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스콧 스미티 길로이 경찰서장은 “사망자 중에는 용의자도 포함됐다”며 “현장의 경찰관들이 총격이 시작한 즉시 용의자와 교전을 벌여 사살했다”고 밝혔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사망자 중에는 6살 남아도 포함됐다.
경찰이 행사장에 곳곳에 배치됐지만 용의자는 소총을 들고 축제장으로 진입했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금속탐지기 등의 경비를 피하기 위해 철조망을 뚫고 현장으로 들어왔다. 경찰은 범행 목적이나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번째 용의자가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스미티 서장은 “일부 목격자들이 두 번째 용의자를 신고했지만 그가 총격을 가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길로이 마늘 축제’는 인구 5만명의 소도시인 길로이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로, 10만명 이상이 찾는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이날은 3일간 진행되는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밴드 틴맨(Tin Man)이 앙코르 공연을 시작할 때쯤 총성이 울렸다. 가수 잭 반 브린은 “한 남성이 녹색 셔츠에 회색 손수건을 목에 두른 채 소총처럼 생긴 것을 들고 가는 것을 봤다”며 “누군가가 ‘왜 이러는 거야?’라고 외치자 ‘진짜 화가 나서’라는 대답이 들렸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최소 11명이 다쳤다. 총격범 2명은 이날 오후 11시쯤 브루클린 동쪽 브라운스빌에서 개최된 대규모 연례행사 ‘올드 타이머스 데이’에서 총격을 가한 뒤 도주했다. 머리에 총을 맞은 38세 남성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은 사망자가 갱단 소속인 것을 토대로 갱단 간 충돌을 총격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현장에는 경찰 인력 100여명이 배치됐지만, 총격을 막지 못했다. 브라운스빌은 총기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2000명 이상의 참석자가 참가해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잇따른 총기사고로 또 다시 미국 내에서 총기규제 목소리가 높아질지 주목된다. 총기규제에 찬성하는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캘리포니아가 지역구인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그야말로 끔찍하다”며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총기폭력의 전염병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트위터에 “희생자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우리 지역을 안전하게 지키고, 거리에서 총기가 없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