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인사를 앞둔 서울중앙지검에선 요즘 재판 업무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돈다. 심지어 “후임자가 처음부터 공부해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온다. 지난 2년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들이 재판에 넘긴 사건들이 광범위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기소로 피고인이 돼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들은 29일 “만일 지방 발령을 받더라도 올라와 공판 업무를 책임지겠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도 어려웠지만 공소유지는 더욱 어렵다는 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피고인석에 앉은 ‘사법농단’ 사건 재판의 경우 검찰은 “일반 공판에 비해 품이 10배쯤 더 든다”고 토로한다. 제시된 증거마다 원본 동일성·무결성이 시비가 되고, 변호인들이 검찰에 비해 3~4배 긴 신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6개월간 제출된 의견서는 200건이 넘고, 형사소송법의 조문 자체부터 논박이 이뤄진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올 때엔 검찰도 “지친다”고 했다.
배성범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임하면 중대 사건 공소유지를 위한 ‘특별공판팀’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는 기존의 수사팀 다수가 서울중앙지검에 파견 형태로라도 남아 재판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검사들 사이에서 수사가 공소유지보다 중요한 일처럼 인식돼 왔지만, 이제는 공판에 들어가는 검사야말로 ‘사건을 꿰는’ 능력과 함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평가된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도 “공소유지 역량 강화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며 “연구 및 교육 활동을 지원해 공판 역량을 대폭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중대한 사건을 처리한 수사검사가 공판에도 참여케 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용산참사 사건, 저축은행 비리 사건, 국가정보원 증거조작 의혹 사건 등에서 특별공판팀이 가동됐다.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 검찰도 공판 역량 강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2차 수사를 마친 뒤 특별공판팀을 만든다고 선언했다. 수사가 어려웠던 만큼 ‘정의의 완성’ 단계로서 공판과 집행을 소홀히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법농단 수사팀 관계자는 “내 이름으로 기소한 것이니 적어도 1심까지는 책임지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