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고용은 정규직 아니라고 난리인데 보란 듯 대놓고 홍보하는 정부

입력 2019-07-29 17:14
경기도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에서 지난달 30일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노조원들이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최근 공공부문 자회사 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자회사 고용을 두고 노정(勞政) 갈등으로 잇단 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를 보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은 29일 경기도 성남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을 방문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공부문 정규직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지 2년이 되는 시점에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이카는 자회사인 ㈜코웍스를 설립해 비정규직 노동자 3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장관은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을 만나 보니 현장에 활기가 넘치고 생동감이 느껴진다”며 “지난 2년간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현장에 자리 잡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회사와 직원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한 기관들도 조속히 마무리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 안정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이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모범 사례를 모은 ‘2019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사례집’도 발간했다. 그런데 모범 사례로 선정된 기관 15곳 중 세군데가 ‘바람직한 자회사 운영·설립’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자회사 고용 방식을 ‘무늬만 정규직’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인력공급 회사를 통한 파견·용역과 같은 간접고용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자회사 고용이 노동계의 잇단 파업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된 상황이다. 이달 초 학교비정규직 총파업 때는 자회사 고용이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특히 한국도로공사에서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의 일부가 자회사 고용을 거부해 집단해고 사태로 이어졌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조원들은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 있는 10m 높이 구조물에서 이날로 한 달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대법원 판결 촉구 집회도 열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수납원의 직접고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 일반민주연맹 주훈 기획실장은 “정부가 진정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코이카 자회사가 아닌 톨게이트에 먼저 와서 노동자를 만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무부처 장관까지 이런 식으로 ‘자회사 고용이 좋다’고 현장에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편향된 처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주에 정부의 자회사 고용 홍보와 관련해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는 ‘자회사 고용’에 대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올 하반기에도 이를 놓고 노정간 극한 충돌이 계속될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모회사와 자회사간 지속적인 수의계약 보장을 통해 고용안정을 도모할뿐 아니라 자회사가 안정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잘 운영되도록 적극 지도·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