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에 코스닥 시장이 4% 폭락했다. 지난해 10월 ‘대 폭락장’ 당시 저점마저 속절없이 뚫렸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겹치며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형국이다. 증권가에서는 “주가 저점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9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00%(25.81 포인트) 내린 618.78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620선 아래로 주저앉은 건 2017년 4월 14일(618.24) 이후 2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스피지수도 1.78%(36.78포인트) 하락한 2029.48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개인이 ‘팔자’에 나서며 장을 끌어내렸다.
증시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 건 일본, 미국 등의 무역 이슈다. 일본 정부가 다음달 2일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거란 인식이 굳어지면서 코스닥 전자재료, 2차 전지 소재 업종 종목이 줄줄이 하락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혜택’을 없애라”고 지시한 점도 미·중 무역 협상 타결 기대감을 사라지게 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퍼지며 투자 심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는 분석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악재가 너무 많아 쉽사리 ‘저가매수’를 권유하기가 어렵다”며 “특히 코스닥 시장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정보기술(IT) 부품주들이 부진하며 지수 하락세가 코스피보다 훨씬 가파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큰 코스닥 시장에서 ‘개미’들이 팔자로 돌아설 경우 하락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대비 개인이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산 금액(신용융자 잔고)의 비율은 2.4%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하 연구원은 “주가 하락이 추가적인 매물 출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