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이 ‘제자 갑질·성추행’으로 의혹을 받는 서어서문학과 A교수 연구실에 대한 점거 농성을 지난 26일 푼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2일 점거를 시작한 지 25일 만에 학교 측으로부터 공정한 징계를 약속받았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와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서어서문학과 A교수 연구실 점거를 26일 해제했다고 서울대 인문대에서 29일 밝혔다. 이들은 “학교가 A교수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징계를 8월 말까지 내리고 대학 내 징계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약속했다”며 “대학 본부와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징계 제도 개선 위해 점거 해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투쟁을 시작한 이유는 A교수를 파면시키고 교수와 학생 사이 불평등한 권력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며 “점거 해제가 투쟁의 끝이 아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징계위원회 결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 진술 내용을 징계위원회에서 어떻게 정리했는지 피해자 본인이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안건의 징계위원회 상정 등도 교무처장과의 면담을 통해 약속받았다”며 “이러한 사안을 포함한 추가 논의를 위해 학생대표와 보직자 간의 협의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점거를 해제하면서 A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학내 집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일 “학교 측이 A교수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징계 처분을 아직 내리지 않고, 연구비리 문제에 대한 조사도 매우 불성실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A교수의 연구실을 점거했었다.
서울대 측은 연구진실성위원회와 징계위원회가 사건 처리를 신속하게 하도록 운영을 개선하고 징계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징계위원 매뉴얼을 제정하기로 했다. 징계 과정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사건에 대한 알 권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A교수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외국의 한 호텔에서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학내 인권센터에서 중징계 권고를 받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피해 학생은 지난달 A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서울대 학생 1800여 명은 지난 5월 전체 학생총회를 열고 A교수 파면과 교원징계규정 제정, 학생의 징계위원회 참여 등을 학교에 요구했다.
A교수는 지난해 10월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자기표절, 외국인 강사·학생들에 대한 연구 착취, 학생들에 대한 연구 윤리 위반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