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풀린 일본계 저축은행·대부업계 자금 17조원

입력 2019-07-29 14:27 수정 2019-07-29 14:51

국내 시중에 돌고 있는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 규모가 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전체 저축은행과 대부업계 여신 규모에서 20% 넘게 차지하는 수치다. 금융 당국은 대출금이 조기에 회수될 가능성은 매우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29일 금융감독원이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에 각각 제출한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여신 현황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이 국내에 대출한 총 금액은 17조4102억원이다. 이는 국내에 있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총 여신 규모(76조5468억원)의 22.7% 수준이다.

국내에서 현지 법인을 세우고 영업하는 일본계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 JT친애·JT저축은행, OBS저축은행 등 모두 4곳이다. 최대주주 국적이 일본인인 경우에 일본계로 분류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 기업이 국내에 대출해 준 규모는 10조7347억원이다. 국내 총여신(59조1981억원)의 18.1%다.

국내의 일본계 대부업체는 19개로 집계됐다. 이들 역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놓고 보면 대출 규모가 6조6755억원이다. 국내 대부업체 총 대출 규모(17조3487억원)의 38.5%를 차지한다.

특히 일본계 대부업체의 경우 대부업계 평균 대출 금리를 훨씬 웃도는 고금리로 국내 서민금융시장을 잠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계 대부업체 평균 대출금리는 연 23.3%로 국내 전체 대부업 평균 대출금리(연 19.6%)보다 3.7% 포인트나 높았다. 제도권 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거부당한 저신용등급의 영세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업계 특성을 감안해보면 부담스러운 금리다.

금융 당국은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으로 이 자금이 회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들 기업이 대출을 중단하거나 강제로 자금을 회수한다면 오히려 경영 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기까지 강제 회수도 어려울 뿐더러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업체 신용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건전성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예수금만으로 여신 사업을 벌이고 있는 ‘현지화된 법인’이다. 일본의 정치적 상황과 일본 본사와는 거의 관련 없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자금 회수와 향후 시나리오를 미리 언급하는 것은 시장에 혼란을 줄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계속 감시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