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수백만t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일단 미·중이 다시 마주 앉기로 했지만 일괄 타결은 어렵고 농산물과 화웨이 정도를 주고받는 ‘스몰딜’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말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수백만t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했으며 구매한 대두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운송되고 있다고 상무부 등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통신은 몇몇 중국 기업이 지난 19일 이후 대두와 면화, 돼지고기, 수수 등의 농산물을 새로 구매하기 위해 가격을 문의했고, 일부 농산물 구매가 성사됐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 수요에 따라 계속 미국산 대두와 면화, 돼지고기, 수수, 밀, 옥수수, 유제품 등의 구매 문의를 할 것이며 “가격이 합리적이고 품질이 우수하다면 새로운 거래도 예상된다”고 통신은 밝혔다. 대두와 면화, 돼지고기 등의 구매를 추진하는 중국 기업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추가 관세 면제를 신청했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 구매 상황을 밝힌 것은 앞서 미국이 110가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면제한 것에 대한 화답이자 30∼31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을 앞두고 손을 내미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사카 회담에서 밝힌 ‘화웨이 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0일 재개되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는 일부에서만 합의점이 마련되는 ‘스몰딜’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미·중 고위급 협상의 눈높이는 낮은 편이며, 무역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측은 합의이행 방안 구체화와 관세 철폐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지식재산권 보호와 국가보조금 철폐 등을 보장할 법 개정 약속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모든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지난 26일 CNBC 인터뷰에서 “협상이 지난 5월의 지점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큰 합의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입을 늘리면서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풀어주는 스몰딜이 이뤄지는 게 현재로선 최선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화웨이 제재와 관련, 35개 미국 업체들이 약 50건의 제재 면제를 신청했다고 밝히고 “매우 신속히 다룰 것”이라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