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식을 두고 자유한국당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맹인 한국에 가해지는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등 한·미 동맹의 의미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은 29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코멘트에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백 의원은 “트럼프 눈에는 지금 대통령 선거 재선밖에 없다”며 “한·미 동맹정신, 또 혈맹정신을 굉장히 소홀히 생각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고려한 아주 부적절한 코멘트를 했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라고도 했다.
그는 “당 내부 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코멘트에 대해 유감을 표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았다”며 “트럼프에게 트윗으로 날릴까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2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 등에서 “그들은 정말로 더 작은 미사일 외에는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이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그런(단거리 미사일) 미사일을 갖고 있다” 등으로 위험성을 축소하는 식의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반면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지난해 체결한 남북 군사합의 폐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한 추가 대북제재 등 강경 대응 주문이 나오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28일 열린 당 북핵외교안보특위 회의에서 “미국이 자국 안보 우선 정책을 펼치면서 우리 안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미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어서 괜찮다는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의 핵심축인 한·미 연합 전력마저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제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유엔 안보리에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요구해야 한다”며 “미국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확실하게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동맹답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등 여러 차례 한·미 동맹을 돈으로만 계산하는 모습을 보였고,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위협이 아니다’고 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인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언행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