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 아니냐, 감사로 조져버리겠다”··· 질병휴가 제한은 인권 침해

입력 2019-07-29 13:08
국가인권위원회

몸이 아파 질병휴가를 신청한 직원에게 다음 날 출근을 지시하고 특별감사를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뇌종양 환자의 질병휴가를 제한하고 특별감사 조사를 받도록 강요한 모 공사에 특별인권교육 이수를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인권위는 병을 앓는 공사 직원이 헌법상 휴식권과 건강권 등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공사에 다니는 A씨는 2017년 12월 몸이 좋지 않아 질병휴가를 사용하다가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진단서와 함께 질병 휴가 연장을 신청했지만, 상사로부터 회사에서 진행 중인 특별감사의 대상이니 감사실에 문의하라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감사실 소속 B 감사관은 “진짜 아픈 것 맞냐”며 다음 날 출근을 지시하고 특별감사 조사를 받도록 강요했다. 감사관은 또 다른 병원의 진단서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후 감사를 받으며 B씨에게서 “당신을 조져버리겠다” “조사 마무리 안 되면 잠은 잘 수 있을 것 같냐”는 등의 폭언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뇌종양에 걸려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세 차례 조사를 받았다. 결국 3차 조사까지 마치고 나서야 질병휴가를 쓸 수 있었다. A씨는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인 감사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며 심리 상담을 받기도 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A씨가 B씨에 의해 감사를 강요당하고 폭언을 들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B씨는 자신에게 휴가를 불허할 권한이 없다고 했지만, 감사관으로서 A씨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며 조사받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로 인해 헌법 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포함된 A씨의 휴식권과 건강권이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감사 과정에서 나온 폭언으로 그의 인격권도 침해됐다고 봤다.

인권위는 문제가 발생한 공사 사장에게 해당 사례를 기관 내에 알려 재발을 방지하라고 했다. 또 B씨를 포함한 감사실 직원들에게는 인권경영과 관련한 특별인권교육을 받으라고 권고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