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에 성조기까지 등장, 공무원들도 가세…중국 직접 개입하나

입력 2019-07-29 12:13
28일 검은 셔츠에 우산을 든 홍콩 시위대 사이에서 대형미국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AP뉴시스

중국 중앙 정부에서 홍콩·마카오 사무를 관장하는 홍콩·마카오 판공실이 최근의 홍콩 시위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최고 지도부가 홍콩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홍콩 시위에서는 미국 성조기까지 등장하고, 공무원들도 시위대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홍콩 사태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홍콩·마카오 판공실은 29일 오후 3시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콩 사태와 관련한 입장과 견해를 밝힐 예정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했다.

홍콩·마카오 판공실이 홍콩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1997년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 이후 처음이라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지난 21일 시위대가 홍콩주재 베이징 연락사무소를 공격해 중국 국가 휘장을 훼손하는 등 사태가 심상찮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 시위는 지난 21일 ‘백색 테러’가 벌어지자 중국 배후설까지 불거지면서 더욱 꼬여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사태에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 직접 개입하기는 쉽지 않아 일단 경고 차원에 그칠 것으로 SCMP는 내다봤다. 선전대 장딩화이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면서 홍콩 정부와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시위는 공무원들까지 가세하며 세력이 확산되고 더욱 격렬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홍콩 정부의 여러 부처 공무원들은 28일 성명서를 내고 다음달 2일 시위대를 지지하는 집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에는 500여 명의 공무원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의 공무원 단체가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시위에서는 미국 성조기도 등장했다. 홍콩 재야연합이 이날 오후 3시부터 홍콩 센트럴 지역의 차터가든에서 ‘백색 테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는데, 이 시위 현장에서 한 시민이 미국의 국기인 대형 성조기를 흔드는 장면이 포착됐다. 거리 행진에 나선 시위대 물결에서도 간간히 성조기가 눈에 띄었다. 이는 미국이 홍콩 사태 해결에 개입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돼 중국 중앙정부를 다시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27일에 이어 28일에도 홍콩 시내 곳곳에서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빚어졌다.
이날 오후 차터공원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오후 4시쯤부터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등 여러 곳으로 흩어져 시위를 벌였다. 지난 21일 시위대가 중국 국가 휘장을 훼손했던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에서는 경찰이 건물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방어선을 치고 시위대를 철저히 막았다. 지난주 훼손됐던 연락판공실의 국가 휘장은 새 휘장으로 바뀌고 투명한 아크릴 보호막이 설치돼 있었다.

시위대는 도로 난간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경찰은 오후 7시쯤부터 최루탄을 쏘면서 본격적인 해산 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벽돌이나 병을 던지고 카트에 폐지를 담아 불을 붙인 뒤 경찰쪽으로 밀기도 하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부 시위대가 활과 화살 같은 도구를 들고 있는 것도 보였다. 시위대는 경찰의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 2014년 대규모 도심 시위인 ‘우산 혁명’을 재연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불법 집회와 공격용 무기 소지 혐의로 최소 49명을 체포했으며, 시위 과정에서 16명 이상이 부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