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6명…응답조차 않은 롯데’ 이들마저 떠나는 그날이 오면…

입력 2019-07-29 10:55

‘5206명.’

꼴찌 롯데 자이언츠를 보기 위해 사직 구장을 찾았다. 두달 이상 꼴찌를 하고 있음에도 홈구장을 찾은 말그대로 광팬이다.

지난 28일 오후 5시. 예전 같으면 붐볐을 사직 야구장 앞 광장은 한산했다. 경기장에 입장해 외야석을 바라봤다. 말그대로 텅비어 있었다.

오후6시 경기가 시작됐다. 여전히 3루 관중석과 외야석은 관중 보다 빈 자리가 많았다. 1루 관중석은 물대포를 맞기 위해 우비를 쓴 관중들이 제법 자리잡고 있었다.

경기가 진행됐지만, 롯데팬들의 함성은 들리지 않았다. 타선은 답답했다. 간혹 1루에 주자가 나갔지만, 언제나 병살타, 그리고 삼진 등으로 연결됐다. 9회가 끝날 때까지 이대호를 비롯한 롯데 타선은 한번도 응답하지 않았다. 영봉패였다. 박수칠 순간이 없었다. 일어나 응원할 순간도 없었다.

마운드에선 폭투가 연발됐다. 여기저기서 긴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야수들은 실책 또는 실책성 플레이를 이어갔다.

1루 응원석은 급기야 경기와 무관하게 따로 놀기 시작했다. 타선에선 롯데의 공격이 시작됐지만 물대포와 각종 이벤트 행사로 이어졌다. 사실상 경기 결과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100명도 되지 않는 3루 관중석에서 SK 선수들을 연호하는 육성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과 비교가 됐다. 경기 도중 흡연석을 찾은 롯데팬들은 말이 없었다.

9회말 롯데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전준우가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대호는 허무하게 1루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제이콥 윌슨과 나경민은 차례로 삼진을 당했다. 그리고 경기는 0-3으로 끝이 났다.

경기가 끝날 때면 흔히 수고했다는 말들을 관중석에서 선수들에게 건네지만 이날은 그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응답하지 않는 롯데 선수들에게 롯데팬들도 이제는 응답하지 않는 순간까지 왔다.

경기가 끝난 뒤 롯데를 연호하며 경기장을 떠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말 없이 짐을 싸서 경기장을 벗어났다. 2019년 7월 28일 사직야구장의 풍경이다.

그들은 롯데가 계속 져도 사직구장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응답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5206명의 관중마저 언젠가는 자리를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