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이 ‘고유정 체포영상’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청은 고유정(36)의 체포 당시 영상을 몇몇 언론사에 제공한 박 전 서장에 대한 진상 조사에 돌입했다.
지난 인사에서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으로 자리로 옮긴 박 전 서장은 공보 권한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영상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청은 공보 책임자가 아닌 박 전 서장이 상급 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내부 자료를 중앙언론사에 공개했다는 의혹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서장이 고유정 사건과 관련한 영상을 개인적으로 타인에게 제공해 경찰 공보규칙을 어겼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규칙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경찰청의 방침에 따라 해당 영상을 배포하지 않을 계획이다.
경찰청 훈령 제917호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 제4조는 몇 가지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 ‘사건 관계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내용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수사사건 등은 그 내용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범죄유형과 수법을 국민들에게 알려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와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하여 사건관계자의 권익이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예외로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서장이 규칙 4조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게 경찰청 내부의 판단이다.
특히 정보화장비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가 해당 영상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었는지, 영상 유출에 다른 공조자가 있었는지 여부도 집중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규칙 6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정된 공보책임자나 관서장이 공보를 맡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동부경찰서장에서 물러나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으로 간 이후에 박 전 서장이 사실상 개인적인 관계에 기반해 체포 영상을 제공한 점도 위반 사항으로 지적된다는 것이다.
제주지역 언론계 한 관계자는 “박 전 서장이 제주 서부경찰서장과 동부경찰서장을 지내면서 특정 언론사에 제한적으로 사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언론매체에 균등한 보도의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 11조도 무시해왔다”고 비난했다.
앞서 박 전 서장은 ‘고유정 사건’ 현장 검증과 관련해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는 용어를 써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해당 용어는 경찰 내부 통신망인 ‘폴넷’에 경찰관 5명의 공동명의로 작성된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 관련 입장문’이라는 해명글에 담겼고, 현장검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는 박기남 제주 동부경찰서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공개됐다.
박 전 서장의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고유정 사건은 제주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민갑룡 경찰청장은 결국 고유정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팀을 꾸리도록 지시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