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징용판결 해결책 없으면 한국과 정상회담 안 할 것” 선전포고

입력 2019-07-29 09:45 수정 2019-07-29 11:30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전향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2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징용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건설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한일정상 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극우성향인 산케이는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사태를 일방적으로 만든 한국 측의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안으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날 수 있는 국제회의 자리로는 9월 하순의 유엔 총회, 10월 31일~11월 4일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담, 11월 16~17일 칠레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있다.

이와 관련해 현 일본 정부의 방침은 가장 가까운 9월 유엔 총회부터 문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해도 한일 두 정상 간 대화의 장은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도 “볼(공)은 한국 측에 있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압박하면서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 만찬 행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불화수소 등 한국 기업의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우리 측에서 제안한 대화에도 응하지 않고 ‘역사 문제가 아닌 안보 문제 때문’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수출규제 상의 우대조치를 적용하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군사 전용이 가능한 모든 물품의 한국 수출을 통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조치가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명백한 경제보복이라고 비판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여론전으로 대응하며 ‘일본이 자유무역에 위배되는 조치를 취하면서 대화 제의 또한 거절하고 있음’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산케이는 ‘한일 양국의 해당 기업이 출자하는 기금을 조성해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을 우선 구제하고 추후 종합적 대책을 모색하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일본 정부가 ‘불성실한 대응’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전향적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한일 정상 간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연내에 중국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향으로 조율이 진행되고 있으나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산케이는 한국 정부가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나 ‘정치적 판단으로 풀어나가자’는 등의 일본 측 요구에 응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양국 간 대립이 장기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