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서 낙찰받은 부동산의 취득세는 ‘원시취득’(부동산·물건 등의 최초 소유권을 갖는 것)이 아닌 ‘승계취득’(타인의 부동산·물건 등을 매매·상속 등으로 얻는 것) 세율이 적용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경매는 원시취득으로 볼 수 없으므로 지방세법상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승계취득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중소기업 사장 A씨와 이사 B씨가 경매로 취득한 토지와 건물에 과다한 세율이 적용됐다며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 등은 2013년 12월 부동산 임의경매를 통해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토지, 건물 등을 낙찰받았다. 이들은 당시 지방세법상 승계취득 세율을 적용해 부동산 매수대금의 4%(1억9644만원)를 취득세로 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 10월 경매로 취득한 부동산에는 지방세법상 원시취득 세율인 2.8%(1억3751만원)를 적용해야 한다며 초과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고 영등포구청에 요구했다. 영등포구청은 이를 거부했고 A씨 등은 세율 적용을 바꿔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경매에 의한 부동산 취득은 A씨 등의 주장과 달리 원시취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경매는 신축건물을 소유하거나 주인 없는 물건을 선점하는 등의 절차로 최초 소유권을 획득하는 원시취득이 아니라 매매·상속 등을 통해 타인의 소유권을 이전받는 승계취득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경매는 채무자 재산에 대한 환가절차를 국가가 대행해주는 것일 뿐 본질적으로 매매의 일종에 해당한다”며 “대법원도 일관되게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원시취득에 승계취득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취지는 새로운 권리를 발생시켜 사회적 생산과 부(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 있다”며 “경매의 경우 새로운 권리를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어 원시취득으로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