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고용 상황은 좋은데 근로자 임금이 하락하는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저임금 계층인 여성·고령·외국인 근로자 증가, 근로시간 감소, 수익성 하락 등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28일 공개한 주간 보고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일본은 고용여건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으나 금년 들어 명목임금 및 실질임금 모두 전년 동월 대비 5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전했다.
올해 5월 일본 실업률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완전고용 수준의 실업률 3.3%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실업률은 2017년 2.8%에서 지난해 2.4%로 떨어진 뒤 올해 들어서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달 기준 한국 실업률은 4.0%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보여주는 유효구인배율은 지난 5월 1.62배로 197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이 수치가 1을 넘으면 사람을 채워야 하는 일자리가 일자리를 찾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국 유효구인배율은 0.57배에 그친다.
양호한 고용 성적표와 달리 일본 임금 상승률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월 명목임금 상승률은 -0.5%로 4월(-0.3%)보다 하락폭이 컸다. 이 수치는 2017년 0.4%에서 지난해 1.4%로 오르며 정점을 찍고는 지난 1월부터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명목임금 상승률이 -1.3%,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2%대까지 내려갔다.
고용 호조 속에서 전체 임금 수준이 떨어질 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저임금 근로자의 증가다. 일본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고용지표를 견인하는 건 여성과 고령 취업자 증가세이지만 이들 일자리가 저임금·비정규직에 집중된 탓에 임금지표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조사팀은 “저출산 등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저임금의 여성·고령층을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하면서 임금 상승이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저임금계층이 많은 외국인 노동자의 확대도 한 배경이다.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일손 부족이 심한 농업·임업 분야에서 외국인 비율은 2009년 266명당 1명에서 2017년 74명당 1명으로 2.6배 늘었다. 2017년 전국 평균 외국인 의존도는 51명당 1명으로 2009년(112명당 1명)의 2배 수준이다.
비정규직 일자리 증가, 초과근로 제한 등으로 인한 전체 근로시간 감소도 일본 내 임금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임원을 제외한 비정규직 비중은 37.8%로 전년보다 0.5% 포인트 늘었다. 이들의 임금 수준은 같은 기간 정규직의 65.5%에서 64.4%로 줄었다.
일본은 지난 4월 장시간 노동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개혁 법안’을 시행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넘기는 시간외 근무를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대기업이 우선 적용을 받고 내년부터는 중소기업도 대상이 된다.
수출과 생산 부진 등으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일본의 임금 인상 여력은 줄고 있다. 지난 5월 산업생산은 신차 출시와 장기 연휴에 따른 이연 생산 등 일시적 요인으로 전월보다 2.0%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2.1% 감소했다. 올해 2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1.9% 줄었다.
조사팀은 “정부의 재정 확대가 예상되지만 소비세율 인상, 미·일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일본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