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차별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번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한 흑인 하원 중진의원을 ‘불량배’로 지칭하며 그의 지역구를 ‘쥐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매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백인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의도적으로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엘리자 커밍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을 두고 “훌륭한 국경순찰대 직원들에게 고함을 치고 소리 지르는 잔인한 불량배”라며 “그의 지역구인 볼티모어가 국경 지역보다 훨씬 열악하고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감독개혁위가 케빈 매컬리넌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을 청문회에 불러 멕시코 국경 이민자 수용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자 격렬히 반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밍스 위원장의 지역구 볼티모어가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며 “커밍스 위원장이 볼티모어에 더 신경을 썼어도 저 위험하고 더러운 지역을 깨끗하게 치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에서 가장 최악이고 위험한 곳인 커밍스의 지역구로 왜 그렇게 많은 돈이 보내지느냐”며 “그 돈이 모두 어디로 갔고 얼마나 도둑맞았나? 이 부패한 난장판을 즉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인종차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흑인인 커밍스 위원장뿐만 아니라 흑인 인구가 50%를 넘는 볼티모어 지역까지 싸잡아 모욕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위터에 “커밍스 위원장은 인권과 경제적 평등의 수호자이며 볼티모어의 존경받는 지도자”라며 “그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현재 지역구는 캘리포니아주에 있지만 태어난 곳은 볼티모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수인종 출신 민주당 여성 초선 하원의원들에게 “당신들의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밝히며 인종주의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발언의 파장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인종차별적인 폭언을 쏟아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 결집을 위해 의도적으로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이런 막말 트윗이 도리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