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은 어떻게 중국 리그를 접수했나

입력 2019-07-28 16:19 수정 2019-07-28 16:31
상하이 선화의 김신욱이 27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광저우 푸리와의 2019 중국 슈퍼리그 20라운드에서 골을 넣은 뒤 세레모니를 펼치는 모습. 사진=상하이 선화 공식 홈페이지

김신욱(상하이 선화)의 득점 속도가 무섭다. 중국 슈퍼리그(CSL) 이적 후 해트트릭을 작성하는 등 4경기에서 6골을 몰아치고 있다. 풍부한 아시아 무대 경험과 ‘은사’ 최강희 감독의 존재가 빠른 적응의 비결로 꼽힌다.

김신욱은 2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CSL 20라운드 홈경기에서 광저우 푸리를 상대로 해트트릭과 1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5대 3 승리를 이끌었다. 4경기 연속골의 대활약이다.

기존에 CSL로 이적한 K리그 득점왕들과 비교해 봐도 김신욱의 적응 속도는 경이롭다. 지난해 K리그 경남 FC 소속으로 득점왕(26골)에 오른 말컹(허베이 화샤 싱푸)은 이번 시즌 이적 후 첫 득점을 기록하기까지 7경기나 걸렸다. 18경기 6골로 후반기 합류한 김신욱과 득점 순위가 같다. 2017년 수원 삼성에서 득점왕(22골)에 오른 조나탄(톈진 톄다)도 이적 후 긴 적응기를 가져야 했다. 지난해 이적 3경기 만에 첫 골을 넣은 뒤 다시 골을 넣기까지 4달 넘게 걸렸다.

김신욱의 빠른 적응 이유론 풍부한 아시아 무대 경험이 꼽힌다. 김신욱은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 소속으로 2012년과 2016년 각각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다. 45경기를 뛰며 19골을 득점할 만큼 이미 중국 팀을 상대한 경험이 충분하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신욱은 AFC 챔피언스리그와 국가대표 경기를 통해 중국에 대한 적응력이 높다”며 “장신에 발기술까지 겸비해 K리그보다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중국 수비진을 상대로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신욱을 잘 아는 최강희 감독의 존재도 빠른 적응의 비결로 분석된다. 장지현 SBS Sports 해설위원은 “뛰는 환경과 구단이 바뀌었지만 최강희 감독 밑에서 김신욱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것”이라며 “김신욱이 감독을 믿고 최강희 감독도 김신욱에게 부담주지 않는 선에서 기용하고 있어 활약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수 자체가 그 동안 저평가 돼있었단 분석도 있다. 신 교수는 “196cm의 신장만 강조돼 발기술, 스피드 등 김신욱이 갖고 있는 다양한 능력에 대한 평가가 잘못 이뤄졌다. CSL 활약으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해설위원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로 이적했어도 활약했을 것으로 볼 만큼 가치가 있는 선수”라며 “돈을 좇아 CSL에 진출한 몸값 높은 공격수들에 비해 동기부여가 더 잘 돼 충분히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