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주로 예정됐던 여름 휴가를 전격 취소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가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수출 보복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휴가를 떠나는 것이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송화 청와대 춘추관장은 “문 대통령은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예정된 하계휴가를 취소하고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한다”고 28일 밝혔다. 당초 문 대통령은 노영민 비서실장과 시기를 나눠 여름 휴가를 쓸 방침이었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후까지 휴가 진행 여부를 고민하다 28일 오전 최종적으로 휴가 취소를 결정했다고 한다. 휴가를 내고 관저에서 쉬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로 예정된 여름휴가를 취소하고 해당 기간 동안 참모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7월 청남대로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집중호우가 발생하자 하루 만에 복귀해 수해복구 상황을 점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직원들의 예정된 하계 휴가에 영향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을 포함한 일부 참모진은 예정대로 이번주에 휴가를 쓸 것으로 보인다. 참모들이 휴가를 떠나면서 29일로 예정돼 있던 수석보좌관회의도 자연스럽게 취소됐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휴가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일본과의 무역갈등과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연이은 대남 비방 메시지 등 해결해야 할 외교현안이 산적한 것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결정에는 일본이 다음달 2일 각의를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현안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 공식 일정을 거의 잡지 않고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휴가를 가지 않으면서 8월 초로 예상되는 개각의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첫 해 6박 7일 일정으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문 대통령은 평창을 들러 동계올림픽 시설물을 관람한 뒤 경남 진해 군 휴양시설로 옮겨 휴가를 보냈다. 당시 휴가 직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을 감안해 북한의 동향을 수시로 보고 받을 수 있는 군 휴양시설을 휴가 장소로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5일간 휴가를 내고 충남 계룡대에 머무르며 인근 군 시설을 시찰하고 장태산 휴양림 등을 산책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휴가와 별개로 국내 관광 활성화를 고려해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해대(靑海臺)가 위치한 거제 ‘저도’를 시민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