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1월말 내부 치안기관에 “미국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는 내부 문서를 내려보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도쿄신문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와 북한 노동당의 지침을 치안기관에 주지시키는 내용의 북한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며 내용을 소개했다. 해당 문서는 ‘강연 및 정치사업자료-적의 제재 해제에 대한 조금의 기대도 품지 마라’는 제목의 문서다. 12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됐으며 치안기관인 인민보안성, 무장경찰, 조선인민군 내부를 대상으로 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 문서가 작성된 시점은 지난해 9월 무렵이다. 지난해 6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석달 후 3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한반도 화해 무드가 조성됐던 시기였다. 도쿄신문은 “이 문서에 첫 북·미 정상회담 후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화해 무드를 연출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제재 해제에 대한 높아지는 기대를 억제해 단속에 힘쓰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문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트럼프 놈’이라고 표현하면서 “미국의 거물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핵만 포기하면 성취할 수 있는 것에는 제한이 없다고 줴쳐대고(지껄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어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잘 입지도 못하면서 피땀 흘려 만들어놓은 우리 국가와 민족수호의 생명선인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로케트를 다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제놈들의 요구조건을 다 들어준 다음에야 제재해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해당 문서는 또 “우리를 완전히 말살하려는 적의 본심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며 “적과 대화하든 교류하든 그것에 구애되지 않고 적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날카롭게 관찰해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신문은 또 이 문서에 북측의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한국 정부가 귤 200t을 북한에 선물로 보낸 것과 관련해 ‘괴뢰가 보내온 귤은 전리품’이라는 표현이 나온다고 적었다.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은 송이버섯 2t을 한국에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은 답례로 제주산 귤을 보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김 위원장이 ‘남측 동포의 뜨거운 마음을 담은 선물’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도쿄신문이 입수한 자료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대외적 설명과 달리 자국 치안기관엔 한국에서 빼앗은 물건으로 알린 셈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