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화이트리스트서 韓 배제 전망…정부 “WTO 제소 위해 칼 갈고 있다” 결의

입력 2019-07-28 13:15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우리정부의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출장 결과에 대해 언론에 브리핑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다음 달 2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본격적으로 WTO 제소 준비에 나섰다. 아울러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경우를 대비해 업계를 상대로 설명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 26일 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WTO 회원국의 비공식 지지 의사를 받았다”며 “한국이 편한 날짜에 WTO 제소에 나설 것이다. 열심히 칼을 갈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색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될 경우 일본의 WTO 협정 위반 범위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WTO 제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WTO 첫 제소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서(request for consultation)’를 상대국인 일본에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부는 제소장 역할을 하는 양자협의 요청서가 제소범위와 성격을 한 번 규정하면 수정하기 쉽지 않은 것을 고려해 심혈을 기울여 양자협의 요청서를 작성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한일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적 해법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다음 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미·일 장관급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26일(현지시간) 중국 정저우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제27차 공식협상'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편 27일 중국 정저우(鄭州)에서 진행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제27차 공동협상에 참석한 한일 대표단은 양자 회의를 개최했다. 우리 측에서는 여한구 통상교섭실장이, 일본에서는 다무라 아키히코 경제산업성 통상교섭관을 비롯해 총 4명이 참석했다. 양국은 회의의 핵심 의제가 ‘RCEP 협상’이라고 사전에 선을 그었으나 여 실장은 “수출규제를 즉시 철회하고 한국을 화이트리트스 국가로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진전된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 정부는 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전의 입장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국제여론전에서 만큼은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산업부는 김승호 실장의 WTO 일반이사회 참석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 방문으로 일본의 옹색한 입장을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드러냈다고 자평했다.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가 자유무역에 관한 WTO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어려워진 세계경제에 더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나름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24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열린 회의장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과 일본 정부 대표단이 나란히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 자국의 조치가 ‘안보 차원’에서 이뤄진 수출관리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국제사회의 눈에는 한국의 대화 제의에도 응하지 않는 일본의 옹색한 입장을 확연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마침 유명희 본부장의 방미 시기에 미국 IT 관련 6개 단체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우려를 표하며 ‘한일 정부에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해 우리 측 입장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여는 등 실무적 대비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산업부는 다음 달 2일 있을 일본의 각의 결정에 대비해 29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20개 업종을 상대로 수출규제에 대한 업계 설명회를 갖고 지역 순환 설명회도 차례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당국자는 “사실상 우리 주요 업종 대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일본 제도 변경에 대한 주요 내용과 기업이 준비해야 할 사항, 피해 발생에 따른 지원 골자 등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더라도 일본 경제산업성이 포괄허가 혜택을 주는 자율준수프로그램 인정기업(CP)을 거래대상으로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수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홍보할 계획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