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에서 목숨 끊고 싶더라” 교사 따돌리며 학교 통치한 이사장

입력 2019-07-27 12:07
<셜록> 영상 캡처

“교사 연애금지, 임신 포기 각서 강요, 난임치료 및 출산 방해, 신혼여행 금지 및 방해, 교사 노래방 동원 및 삥 뜯기, 교사 10년 왕따, 프라이팬 강매 및 사재기, 특정 식당에 세금 1억2000만원 몰아주기, 찍히면 바로 기생충, 학교 지하실 근무…. 끝이 없는 비리와 갑질, 모든 배후에는 딱 한 명이 있다. 그는 조폭 두목인가, 교육자인가”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이 지금까지 왕처럼 군림하며 학교를 통치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대구광역시에 있는 영남공고를 심층취재한 뒤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을 고발한다”며 26일 이같이 보도했다.

설립자 손자는 눈엣가시?… 그는 왜 10년째 왕따를 당할까

셜록 보도에 따르면 영남공고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교사 강철수(39)씨는 왕따 교사다. 벌써 10년째라고 했다. 그는 “곁에 앉거나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다. 용기를 내 동료 교사가 앉은 식탁에 앉아 봤다. 곧바로 식판을 들고 일어나 다른 테이블로 가더라. 잡지 않았고, 같이 밥을 먹자는 말도 못 했다. 그도 이 학교에서 살아 남아야 하니까”라고 전했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셜록> 영상 캡처

그는 알고보니 영남공고를 설립한 송은 강시준(2016년 사망)씨의 손자였다. 할아버지가 세운 학교를 지키기 위해 지독한 왕따를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고 했다.

허선윤 교장은 10년여 전 강씨를 자기 방으로 불러 손을 꼭 잡으며 “너는 내 아들과 같다. 주변 사람들 말 듣지 말고, 내 말만 들으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튿날 부터 따돌림이 시작됐다.

그는 “갑자기 내가 징그러운 벌레가 된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동료 한 명이 조심스럽게 “윗분(허선윤)이 너와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한다”는 말을 들려줬다. 강씨와 이야기를 하거나 인사를 하면 그도 왕따를 당했다. 셜록은 “학교를 장악해 가는 허 이사장에게 학교에서 근무하는 설립자 손자는 눈엣가시였을까? 그와 이야기를 하거나 식사라도 하는 교사는 부장교사나 교장, 교감에게 바로 호출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셜록> 영상 캡처

정년퇴임 이후에도 계속된 왕의 통치

허 이사장은 2014년 8월 31일 교장에서 정년퇴임해 다음날 9월 1일 학교 이사장에 취임했다. 셜록은 “대구 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된 교장 퇴임식은 영남공고에 새로운 왕이 등극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자리였다”고 적었다.

이후 강씨는 더 노골적으로 왕따를 당했다. 대다수 교사가 참여하는 산악회에도 가입할 수 없었고 회식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학교 분위기를 잘 모르는 신입교사가 종종 학교 식당에서 말을 걸면 강씨는 “선생님, 저랑 이렇게 밥 먹고 인사하면 다치십니다. 모른 척 하시고, 그냥 옆으로 가서 식사 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2018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영남공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한 김모 교사는 “처음 출근해서 보니까 강철수 선생님이 왕따라는 걸 바로 알겠더라고요. 아무도 그 사람에게 인사를 안 하고 투명인간 취급하는 거예요. 제가 반골 기질이 있어서 애써 더 강 선생님과 친하게 지냈죠. 저까지 왕따를 당했습니다. 간부들이 ‘강철수랑 놀지말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저는 영남공고에 아무 미련이 없어요. 기간제 계약 만료되고 바로 나왔습니다.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셜록> 영상 캡처

허 이사장의 지시로 지독한 왕따를 겪었다던 한 교사는 “교무실에서 목숨을 끊어서 가해자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셜록은 “괴롭힘과 왕따를 겪은 한 여성 교사는 실제로 교무실에서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교사는 교무실에서 가위를 들고 자기 머리를 마구 잘랐다. 끝내 119로 실려 갔다”고 설명했다.

허 이사장은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