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연애금지, 임신 포기 각서 강요, 난임치료 및 출산 방해, 신혼여행 금지 및 방해, 교사 노래방 동원 및 삥 뜯기, 교사 10년 왕따, 프라이팬 강매 및 사재기, 특정 식당에 세금 1억2000만원 몰아주기, 찍히면 바로 기생충, 학교 지하실 근무…. 끝이 없는 비리와 갑질, 모든 배후에는 딱 한 명이 있다. 그는 조폭 두목인가, 교육자인가”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이 지금까지 왕처럼 군림하며 학교를 통치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대구광역시에 있는 영남공고를 심층취재한 뒤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을 고발한다”며 26일 이같이 보도했다.
설립자 손자는 눈엣가시?… 그는 왜 10년째 왕따를 당할까
셜록 보도에 따르면 영남공고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교사 강철수(39)씨는 왕따 교사다. 벌써 10년째라고 했다. 그는 “곁에 앉거나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다. 용기를 내 동료 교사가 앉은 식탁에 앉아 봤다. 곧바로 식판을 들고 일어나 다른 테이블로 가더라. 잡지 않았고, 같이 밥을 먹자는 말도 못 했다. 그도 이 학교에서 살아 남아야 하니까”라고 전했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그는 알고보니 영남공고를 설립한 송은 강시준(2016년 사망)씨의 손자였다. 할아버지가 세운 학교를 지키기 위해 지독한 왕따를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고 했다.
허선윤 교장은 10년여 전 강씨를 자기 방으로 불러 손을 꼭 잡으며 “너는 내 아들과 같다. 주변 사람들 말 듣지 말고, 내 말만 들으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튿날 부터 따돌림이 시작됐다.
그는 “갑자기 내가 징그러운 벌레가 된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동료 한 명이 조심스럽게 “윗분(허선윤)이 너와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한다”는 말을 들려줬다. 강씨와 이야기를 하거나 인사를 하면 그도 왕따를 당했다. 셜록은 “학교를 장악해 가는 허 이사장에게 학교에서 근무하는 설립자 손자는 눈엣가시였을까? 그와 이야기를 하거나 식사라도 하는 교사는 부장교사나 교장, 교감에게 바로 호출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년퇴임 이후에도 계속된 왕의 통치
허 이사장은 2014년 8월 31일 교장에서 정년퇴임해 다음날 9월 1일 학교 이사장에 취임했다. 셜록은 “대구 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된 교장 퇴임식은 영남공고에 새로운 왕이 등극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자리였다”고 적었다.
이후 강씨는 더 노골적으로 왕따를 당했다. 대다수 교사가 참여하는 산악회에도 가입할 수 없었고 회식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학교 분위기를 잘 모르는 신입교사가 종종 학교 식당에서 말을 걸면 강씨는 “선생님, 저랑 이렇게 밥 먹고 인사하면 다치십니다. 모른 척 하시고, 그냥 옆으로 가서 식사 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2018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영남공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한 김모 교사는 “처음 출근해서 보니까 강철수 선생님이 왕따라는 걸 바로 알겠더라고요. 아무도 그 사람에게 인사를 안 하고 투명인간 취급하는 거예요. 제가 반골 기질이 있어서 애써 더 강 선생님과 친하게 지냈죠. 저까지 왕따를 당했습니다. 간부들이 ‘강철수랑 놀지말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저는 영남공고에 아무 미련이 없어요. 기간제 계약 만료되고 바로 나왔습니다.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허 이사장의 지시로 지독한 왕따를 겪었다던 한 교사는 “교무실에서 목숨을 끊어서 가해자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셜록은 “괴롭힘과 왕따를 겪은 한 여성 교사는 실제로 교무실에서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교사는 교무실에서 가위를 들고 자기 머리를 마구 잘랐다. 끝내 119로 실려 갔다”고 설명했다.
허 이사장은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