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상산고가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빌미를 전북교육청 스스로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북교육청의 안일한 행정과 교육부의 ‘정치적 고려’의 합작품이란 설명이다.
교육부가 26일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재지정(운영성과) 평가를 뒤집으면서 내세운 이유는 사회통합전형 관련 평가 지표의 문제점이었다. 교육부는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 ‘위법’ 같은 이례적으로 명확한 단어를 쓰며 전북교육청 평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사회통합전형 관련 지표를 ‘정량평가’로 설정한 점을 들었다.
정량평가는 평가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개입하지 않는 수치 기반 평가다. 평가자 주관이 개입하는 정성평가와 다르다. 전북교육청은 올해 평가에서 사회통합전형으로 모집정원의 10%를 뽑아야 4점 만점을 주도록 지표를 설계했다. 그러고는 상산고가 3%를 뽑은 것을 두고 2.4점을 감점 처리했다. 교육부는 이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교육부는 “상산고가 교육청에 제출한 사회통합전형 3%를 승인해놓고 뒤늦게 10%를 만점으로 정량평가한 점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전북교육청이 만약 이 지표를 정성평가로 설정했으면 어땠을까. 정성평가는 평가자 주관이 곧 점수이기 때문에 똑같이 2.4점을 깎았어도 교육부가 반박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은 사회통합전형 지표를 정성평가로 했다. 교육부도 정성평가로 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전북교육청만 정량평가로 하고 점수를 깎은 것이 사달이 났다는 얘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통합전형 지표를 정성평가로 하자고 다른 교육청들과 협의했지만 전북교육청만 정량평가를 고집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선 교육부가 내년 총선을 고려해 상산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되 이명박정부 당시 만들어진 서울 지역 자사고를 실질적인 ‘타깃’으로 삼았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래서 전북교육청이 상산고를 0.39점차로 탈락시킨 것을 두고 어떻게든 0.39점 이상의 평가 오류를 찾아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런 평가에 익숙한 교육부가 보기에 너무 딱 떨어지는 평가 오류여서 교육청이 오히려 교육부를 도와준 꼴”이라면서 “소송을 염두에 둬야 하는 교육부로서도 너무 눈에 띄는 오류를 그냥 넘어가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