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판매 부진을 겪던 국내 완성차업계가 올해 2분기 다소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휴가철을 앞두고 하투(夏鬪)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 중이던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다시 파업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25일 사측과의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9일부터 24일까지 7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과 통상임금의 250%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이 담긴 단체교섭 요구안을 냈다. 또 사측에 부평2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망 계획,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의 확약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한국GM 관계자는 “좋은 성과를 내서 본사로부터 추가 생산물량을 배정받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지난달에도 임협 장소를 두고 노사가 갈등하는 과정에서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냈다가 행정지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신차 효과와 북미 시장 선전 등에 힘입어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지난 24일, 기아차는 노조는 23일 올해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30일 상견례 이후 16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당기 순이익 30%를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각각 오는 29, 30일 전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제 더 이상 사측에 기대할 것이 없다”면서 “추석 전 단체교섭 타결을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 2분기 영업이익 1조2377억원을 기록하며 7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를 을 회복했다. 기아차도 전년 동기 대비 51.3% 증가한 53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26일 “지난해 대비 실적이 좋아졌지만 환율 영향이 크다”면서 “실제로 글로벌 판매량이 계속해서 줄고 있기 때문에 노조가 실적 반등을 이유로 성과급 등을 요구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