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수 반도체 호황 덕분에 10.9% 증가…법인세 20% 가까이 늘어

입력 2019-07-26 15:01
국세청, 국세통계 1차 조기 공개
지난해 283조5000억원 걷히며 27조9000억원 세수 늘어
반도체 호황 덕분…2020년에는 세수 줄 듯


지난해 국세청이 거둬들인 세수가 전년보다 10.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3대 세목(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이 골고루 늘어나면서 세수 규모를 끌어올렸다. 특히 법인세 증가분은 20% 가까이 늘어나면서 비율로는 3대 세목 중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였다. 2017년에 법인세율을 상향한 효과가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호황을 구가한 반도체 덕분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서 낸 세금이 늘어난 점이 주효했다.

국세청이 26일 조기 공개한 84개의 국세통계 항목을 보면 지난해 국세청 세수는 28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조9000억원(10.9%) 증가했다. 주요 세수가 골고루 늘었다. 가장 비중이 큰 소득세의 경우 86조3000억원이 걷히면서 전년보다 1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징수액도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각각 70조9000억원, 70조원으로 전년 대비 19.8%, 4.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부분은 법인세 세수 변화다. 2017년(59조2000억원)과 비교해 10조7000억원 정도가 늘었다.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정부의 대기업 증세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2017년 세법개정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0.3% 포인트 늘렸다. 과세표준 상 3000억원 이상 대기업을 정조준했다.

다른 한 가지 요인으로는 반도체 업황이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반도체 수출액은 979억4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7.4% 급등했다. 2017년 전체 수출액(5739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1%까지 높아졌다. 법인세는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부과된다. 2017년에 관련 업종의 실적이 대폭 증가하면서 지난해 법인세수를 끌어올린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조원 이상 더 걷힌 법인세의 대부분이 반도체 업종과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법인세수 호황은 올해까지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은 지난해 연간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2년 연속 호황을 구가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반도체 업황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5%나 급락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도 낮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세수가 양호하겠지만 내년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