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공무원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재찬(63)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위원장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업무방해와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학현(62) 전 공정위 부위원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조직의 영향력을 이용해 기업에 퇴직자의 취업자리를 마련하고 관리했다”며 “이로 인해 기업은 인사업무를 심각하게 방해 받고 자유로운 창의적 기업활동이 저해가 됐다”고 했다. 김 전 부회장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기간과 횟수에 비춰 죄질이 좋지 매우 안 좋고, 친분관계에 있던 기업 대표에게 자신의 딸을 취업시키기도 했다”며 질타했다.
반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신영선(58) 전 부위원장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려워 공동정범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노대래(63), 김동수(64) 전 위원장과 지철호(58) 현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일부 공정위 전·현직 간부들에게는 각 사유에 따라 무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벌금 300만~500만원을 선고했다.
정 전 위원장 등은 2012~2017년 퇴직 예정인 공정위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민간 대기업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자 윤리법은 퇴직공직자의 경우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기업 사외이사로 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16곳의 기업이 정 전 위원장 등 공정위 간부들의 강요를 받고 공정위 퇴직간부 18명을 채용하고 임금 총 7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