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채용 비리’ 첫 번째 공판에서 청탁받은 지원자들을 어떻게 부정하게 채용했는지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서류 전형에서 탈락해도 번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하고, 면접에서 최하위권으로 분류되더라도 최종합격 처리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은 자기소개서 문항을 제대로 기재하지도 않았지만 인사팀에게 다시 제출하라는 기회를 받기도 했다.
유력 인사의 자녀와 지인에게 채용 특혜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T 전직 임원들에 대한 첫 번째 재판이 26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다. 이석채 전 회장과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 김상효 전 전무, 김기택 전 상무가 피고인으로 재판에 참석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KT 인사기획 실무자 A씨는 채용 비리가 일어난 과정을 낱낱이 털어놓았다. A씨에 따르면 공개경쟁채용을 원칙으로 규정해 놓은 KT의 실제 입사 과정에서 내부 임원 추천자와 관심 지원자가 따로 관리됐다. 사내외에서 청탁을 받은 이들은 자격과 성적이 부족해도 쉽게 떨어지지 않고 최종합격까지 안착했다.
김 의원의 딸 김모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A씨에 따르면 김씨는 KT의 공개채용 서류 접수 기간에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고 그보다 한 달 늦게 이메일로 지원서를 냈다. 당시는 서류 전형과 인·적성검사가 모두 끝난 시점이었다.
뒤늦게 낸 김씨의 서류는 부실하게 작성돼있었다고 했다. 학점이나 자격증, 외국어점수와 같은 부분이 공란이었다. 하지만 A씨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다시금 채워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A씨는 이에 대해 “KT에 지원한다면 자기소개서에 신경을 쓸법 한데, 김씨는 작성해야 하는 항목도 채우지 않았다”며 “응시할 생각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이후 따로 치른 인성 검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결국 최종합격 명단에 올랐다.
이 외에도 단계별로 떨어졌어야 마땅할 지원자들이 속속 합격까지 이어졌다. 서류에서 탈락한 한 지원자는 결과가 번복돼 다음 단계에 응시할 수 있었다. 실무 면접에서 하위 10%에 속하는 점수를 받은 다른 지원자는 최종합격에 성공했다.
A씨는 김 전 전무 등이 이 같은 채용 비리를 직접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인사 팀장이 김 전 전무와 김 전 상무에게 특별 관리된 지원자들의 전형 결과를 보고하면 윗선에서 합격 처리시킬지를 지시했다”며 “팀장이 부정한 지시에 답답해하며 푸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부정 채용의 최종 책임자가 이 전 회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 측은 “특정 지원자를 추천한 기억도 없고 채용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푸른 체크무늬 양복을 입고 나온 이 전 회장은 A씨의 증언을 조용히 듣거나 증거 자료가 담긴 화면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 외 피고인들은 대체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