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전반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4번 타자들의 수난시대였다.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그만한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대표적인 4번타자가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7)다. 3년전 계약 기간 4년, 총액 150억원의 FA 계약을 맺었던 그였다. 올해 연봉도 25억원이다. 지난 2년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올 시즌 전반기는 너무나 다른 이대호였다. 351타수 100안타, 타율 0.285였다. 시즌 중반이긴 하지만 이대호가 2할대 타율을 기록한 건 2009년 0.293 이후 10년 만이다.
69타점, 11홈런, 득점권 타율 0.305로 외관 지표는 괜찮아 보이지만, 필요한 순간 헛스윙을 하는 이대호였다. 그러면서 롯데는 꼴찌로 추락했다.
KIA 타이거즈 4번 타자 최형우(36)도 전반기 내내 마음고생이 심했다. 특히 득점권 타율 0.241에 그치면서다. 타율도 좋지 못하다. 0.279다. 홈런은 14개를 때려냈지만 삼진도 54개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100억원의 FA 계약을 맺은 최형우의 올해 연봉은 15억원이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33)는 최근 회복세를 보이긴 하고 있지만 전반기 전체를 놓고 볼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홈런은 17개를 때려냈지만 타율은 0.285에 그쳤다. 삼진은 무려 73개나 당했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돌아온 그에게 키움은 매년 연봉으로 15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31)은 FA 선수들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7억3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리고 지난해 홈런왕이자 타점왕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356타수 100안타, 타율 0.281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은 13개다. 삼진은 86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이 당했다.
이들 4번 타자와 팀 성적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중요한 순간 이들 4번 타자가 해결해주지 못하면 팀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후반기가 시작됐다. 롯데 이대호와 KIA 최형우는 가을야구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 키움 박병호와 두산 김재환은 2위 싸움을 넘어 우승의 책임을 갖고 있다. 4번 타자가 살아야 이들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