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외길 30년… 최정원 “무대 서면 행복, 천직인가봐” [인터뷰]

입력 2019-07-25 18:21 수정 2019-07-26 15:29
뮤지컬 ‘맘마미아!’의 도나 역으로 12년간 관객을 만나 온 배우 최정원. 그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뮤지컬들이 남자배우를 원톱 주연으로 세우는데 ‘맘마미아!’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9월 14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신시컴퍼니 제공

이 배우를 빼놓고 뮤지컬 ‘맘마미아!’를 논할 수 없다. 주인공인 싱글맘 도나 역으로 2007년 합류해 무려 12년 동안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관객을 만났다. 그 누구보다 이 공연을 샅샅이 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배우는 “이제야 도나를 알 것 같다”고 말한다.

‘맘마미아!’의 히로인 최정원(50)을 이 공연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최근 만났다. 그는 “이번 시즌은 왠지 감회가 남다르다. 딸아이가 극 중 딸 소피와 동갑인 스무 살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전엔 상상만으로 도나를 연기했다면 이제는 그의 심정을 알 것 같다”고 했다.

“도나 역을 처음 맡았을 땐 딸이 여덟 살이었어요. OST ‘슬리핑 스루 마이 핑거’의 가사처럼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시간이 흘러, 꿈을 고민하고 사랑에 아파하는 아이를 보니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싶더군요. 작품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죠.”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세 친구 도나(최정원) 타냐(홍지민) 로지(박준면)가 함께 공연을 펼치는 모습. 신시컴퍼니 제공

‘맘마미아!’는 팝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로, 싱글맘 도나(최정원 신영숙)의 품에서 자란 딸 소피(루나 이수빈)가 결혼을 앞두고 엄마의 옛 애인 셋을 한 자리에 모으며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다. 1999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돼 국내에서는 2004년 첫선을 보였다.

‘맘마미아!’는 지난 15년간 1600회 이상 공연됐는데, 최정원은 그중 1000회 이상 무대에 섰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중년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게 부담스러웠을 법도 한데 그는 “엄마가 좋아하던 아바 노래를 내가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광스러웠다”고 벅차했다.

‘맘마미아!’ 외에도 그의 대표 공연은 여럿 된다. ‘시카고’ 역시 2000년부터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출연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 ‘오!캐롤’ 등의 성공을 이끌기도 했다. 물론 주연만 고집하지 않는다. 조연으로 합류한 ‘빌리 엘리어트’나 ‘마틸다’에서도 매번 남다른 존재감을 뿜어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뮤지컬 배우 최정원. 신시컴퍼니 제공

“감사하게도 30년간 무대에 서면서 제 공연에 관객이 들지 않았던 적이 없어요. 아무래도 제게 수호천사가 있나 봐요(웃음). 저 역시 ‘엘리자벳’ ‘레베카’ 같은 대형 뮤지컬을 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저는 혼자 돋보이기보다 다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에 더 끌리는 편이에요.”

영화나 드라마로 눈길을 돌리는 여타 배우들과 달리 최정원은 30년 뮤지컬 외길을 걸어왔다. 이유를 물으니 “얼굴이 썩 예쁘지 않아 화면을 잘 받지 않는다”고 농을 던지는 그다. “제 이름 앞에 ‘가수’나 ‘탤런트’가 아닌 ‘뮤지컬 배우’ 수식어가 붙는 게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요. 몸이 아팠다가도 무대에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에너지가 충전되죠. 천직인가 봐요(웃음).”

최정원은 “뮤지컬만 하는 배우도 티켓파워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계 1세대 선배로서 “후배들이 나아갈 길을 잘 닦아주고 싶다”고도 했다. “데뷔 30주년? 이제 딱 반 했어요. 저 81세에 은퇴할 거거든요(웃음). 아직은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실패해도 괜찮은 나이 아닌가요. 앞으로 30년이 더 기대되는 배우라고 해주세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