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도 ‘러시아 스캔들’ 파문… 현직 부총리, 러시아 자금 수수 의혹

입력 2019-07-25 18:14

미국에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러시아 게이트’가 불거졌다. 극우 성향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러시아로부터 불법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정치 자금 수수 의혹이 ‘제임스 본드 영화 같은 허구’라며 모든 것을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의회 청문회 출석에는 불응하면서 빈축을 샀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살비니 부총리를 대신해 의회에 출석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와 러시아는 늘 국익에 따라 관계를 유지해왔을 뿐”이라며 “단 한 번도 (러시아) 정치 세력의 영향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콘테 총리는 그러면서 “내각 각료들의 신뢰를 저버릴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살비니 부총리를 두둔했다.

앞서 미국 인터넷매체 버즈피드는 살비니 부총리의 측근 잔루카 사보이니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인 2명과 러시아인 3명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만나 러시아 오일 머니를 받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선거법상 해외에서 정치 자금을 받는 것은 금지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사보이니는 약 6500만 달러를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정당 ‘동맹’에 유입되도록 했다.

콘테 총리가 대신 나서 살비니 부총리에 대한 해명을 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의원들은 불만을 표시했다. 동맹과 연정을 이루는 오성운동 소속 의원은 “이 사건은 단 몇 마디로 종결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살비니 부총리가 등장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이탈리아민주당은 “살비니 부총리가 책임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의회에 출석하지 않은 살비니 부총리는 대신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 나왔다. 그는 “나는 물론 우리 당은 누구에도 돈을 요구하거나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러시아 게이트 의혹이 “제임스 본드 같은 허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살비니 부총리를 둘러싼 의혹에도 그의 정당 동맹의 지지율을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동맹의 지지율은 37.8%를 기록하며 도리어 상승세를 보였다.

한편 살비니 부총리는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가 취임한 데 대해 축하 인사를 보냈다. 살비니 부총리는 트위터에서 존슨 총리에게 “잘 했다”고 칭찬하며 “좌파들이 존슨 총리더러 ‘동맹보다도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는데 이 때문에 더욱 그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