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로 반등했지만 당초 기대한 ‘1.3% 이상’에 못 미쳤다. 지난 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7분기 만의 최고 성장률’이라는 타이틀은 멋쩍다. 2분기 GDP 증가에는 정부지출 확대와 함께 일본·중국인 관광객의 일시적 급증 덕이 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하반기 성장률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GDP가 459조9580억원으로 전기 대비 1.1%(4조8770억원) 늘었다고 25일 밝혔다. 2017년 3분기(1.5%)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다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뻐하거나 안도하기에 이르다.
2분기 GDP 실적은 그동안 1.3~1.4%로 전망했던 성장률보다 낮다. 한은이 지난 1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2%로 낮춘 데에는 이처럼 기대에 못 미친 2분기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에 1.3% 이상이 나오리라는 당초 생각은 연 2.5% 성장을 전제한 것”이라며 “2.2%로 낮춰진 올해 성장률 전망에는 최근 나온 2분기 실적 지표들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2분기 GDP는 1분기 역성장 탓에 오름세가 더 크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 1분기 GDP는 지난해 4분기보다 0.4% 감소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8년 4분기(-3.2%) 이후 약 11년 만에 최저치였다. 그사이 GDP가 뒷걸음질 친 시기는 2017년 4분기(-0.1%)뿐이었다.
2분기 GDP 개선을 주도한 건 전기 대비 2.5%, 전년 동기 대비 7.3% 늘어난 정부지출이다. 이번 GDP 성장률에서 정부지출 기여도는 1.3% 포인트로 추산됐다. 1분기에는 정부 부문에서 -0.6% 포인트 깎였었다. 박 국장은 “민간 투자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 부문의 지출 기여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1분기 성장률이 반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성적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전기 대비 13.0% 늘어난 서비스 수출이다. 1분기에 1.1% 감소했던 서비스 수출 실적은 지난 4월 말~5월 초 황금연휴를 맞은 일본·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한국을 찾으면서 증가세를 기록했다. 시기적 조건이 비슷한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일본인 입국자는 61.5%, 중국인 입국자는 44.1% 늘었다.
이동원 한은 지출국민소득팀장은 “일본은 어린이날이나 일왕 교체 등이 겹쳐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연휴가 열흘이었고, 중국은 4월 27일부터 5월 2일까지 노동절 연휴였다”며 “일본·중국인 관광객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소비한 게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사정으로 볼 때 2분기 GDP 증가만으로 하반기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3분기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대외 환경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 있다. 한·일 갈등 지속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감소할 가능성이 적지 않고, 정부지출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2분기에 이미 교역조건 악화로 전기 대비 0.6% 감소하며 하락 반전했다. 지난해 2분기(-0.6%) 이후 4분기 만에 최저치다. 연말까지 한은 전망치 ‘2.2% 성장’을 달성하려면 3분기와 4분기에 0.8% 수준의 성장률이 나와야 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