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실무협의서 軍 영공 침범 입증자료 제시…러 “국방부에 즉시 송부”

입력 2019-07-25 15:55
니콜라이 마르첸코(오른쪽) 주한 러시아 공군 무관과 세르게이 발라지기토프 해군 무관이 25일 오전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관련한 한-러 실무협의를 마친 뒤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본관을 나서고 있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한국과 러시아는 25일 국장급 실무협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국방부는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인근 영공 침범 입증자료 일부를 러시아 측에 제시했다.

국방부는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관련한 한·러 국장급 실무협의를 오늘 오전 10시30분부터 정오 사이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개최했다”고 25일 밝혔다. 실무협의에는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과 주한 러시아 무관부 무관대리 니콜라이 마르첸코 공군대령 등이 참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실무협의에서 ‘그 말(기기 오작동)이 맞냐’ ‘기기 오작동이 안 됐고 (예정된) 루트대로 들어온 것 아니냐’를 협의하는 것”이라고 실무협의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저희 판단은 기기 오작동이 아닐 것이라 본다”고 말해 러시아 측의 주장이 맞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봤다.

이어 “오늘 실무협의를 통해 러시아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 사실을 확인해주는 증거자료를 제공하고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며 “러시아 측은 동 자료를 진행 중인 조사에 적극 참고할 수 있도록 러시아 국방부에 즉시 송부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제공한 자료에는 23일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를 군 레이더로 포착한 항적 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당국은 러시아 A-50이 독도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KF-16 전투기에서 발사한 ‘플레어’ 사진과 레이더 영상, KF-16과 F-15K의 디지털 비디오 레코드(DVR) 기록, 레이더에 포착된 A-50 항적, 전투기 조종사의 경고 사격 음성기록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러시아 측의 영공 침범 행위를 알리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실무협의에 참석한 러시아 측은 ‘영공침범’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

앞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23일 오전 독도 영공 침범 당시 우리 공군으로부터 경고방송과 차단비행 조치를 당하고 경고사격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진입했다. 이런 이유로 군 내부에서도 단순 기기 오작동으로 보기에는 의도성이 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는 24일 오전 주 러시아 한국 무관부를 통해 “자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내용의 공식전문을 우리 정부에 보내왔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도 24일(현지시간)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자국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 사실을 인정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전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러시아 차석무관이 국방부 정책기획관과의 대화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밝히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에서는 오전에 (러시아 정부의) 전문을 받았다”며 “청와대에서는 확인 작업이 조금 늦어졌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미국 신임 국방장관으로 첫 출근하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워싱턴DC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러시아 측이 강력하게 독도 영공 침범 사실을 부인하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영공 침범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내가 기억하는 한 러시아 군용기가 남쪽으로 비행한 것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며 그들이 한국 영공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 새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