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그날 이후 1년… ‘블루칩’서 ‘난민’ 전락 위기

입력 2019-07-25 15:44
이강인이 지난 6월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우크라이나와 가진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전반 2분 페널티킥을 차고 있다. 이 슛으로 득점해 선제골에 성공했다. AP뉴시스

이강인(18)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 1군 데뷔 1년 만에 ‘난민’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아직 스무 살도 되지도 않은 연령에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골든볼을 손에 넣고 승승장구했지만, 정작 여름 이적시장에서 거취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발렌시아의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54) 감독이 다음 시즌 구상에 이강인을 포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정황도 나왔다. 스페인 언론 수페르 데포르티보는 25일(한국시간) “토랄 감독이 FC바르셀로나 미드필더 하피냐(26·브라질) 영입을 구단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하피냐는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와 윙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자원이다. 토랄 감독이 선호하는 4-4-2 포메이션에서 중원의 어느 곳에 배치돼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육성돼 슛·패스와 같은 기본기를 충실하게 단련했다. 잦은 부상이 유일한 단점으로 평가된다.

하피냐 영입설은 이강인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강인은 이제 임대와 잔류의 두 가지 선택지만 들고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잔류를 선택할 경우 하피냐가 입단하면 발렌시아의 미드필더 주전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토랄 감독은 직접 지목했고, 경험도 많은 하피냐를 이강인보다 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은 공교롭게 이강인이 여름 비공식 경기에서 1군에 데뷔하고 꼬박 1년이 된 날이다. 발렌시아는 지난해 7월 21일 이강인과 2021-2022 시즌까지 유효한 계약을 체결했다. 발렌시아 B팀 명의의 계약이었지만, 당시 이강인의 연령이 17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이강인은 이로부터 나흘 뒤인 같은 달 25일 스페인 발렌시아로 스위스 2부 리그 로잔 스포르를 불러 가진 평가전에서 처음으로 1군 경기를 소화했다. 2018-2019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력을 점검하면서 이강인을 포함한 13명이 교체 투입된 비공식 경기였다. 하지만 이강인에게 잊을 수 없는 생애 첫 1군 경기였다. 이로부터 1년 뒤인 이날, 이강인의 행선지는 팀 안팎에서 모두 모호하다.

이강인의 정식 1군 데뷔전은 지난해 10월 31일 2018-2019 스페인 코파 델 레이(국왕컵) 32강 1차전이었다. 그 이후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고 골든볼을 수상하며 승승장구했다. 올여름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서 같은 연령대 아시아 선수 중 가장 주목을 받는 ‘블루칩’이 됐다.

스페인 레반테·에스파뇰·그라나다·오사수나, 네덜란드 아약스·에인트호번이 이강인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발렌시아가 설정한 바이아웃 8000만 유로(약 1052억원)를 지불한 구단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