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폐막을 앞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선 겁 없는 10대 선수들의 돌풍이 거셌다. 챔피언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는가 하면, 10년 묵은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 영걸들은 내년 올림픽까지 기세를 이어가 자신의 시대를 열어갈 전망이다.
밀라크 크리슈토프(19·헝가리)는 24일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접영 200m 결승에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은퇴)의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로마 대회에서 펠프스가 달성한 1분51초51의 기록은 무려 10년간 많은 선수들이 도전했지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밀라크는 1분50초73을 기록하며 이를 1초쯤 앞당겼다. 펠프스의 시대완 달리 전신수영복이 금지된 현재 달성된 기록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밀라크는 펠프스에 이어 16년 만에 10대로서 이 종목 챔피언에 오르는 기록도 썼다. 펠프스는 18세 시절 2003년 바르셀로나 대회에 나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2016년 심장 수술을 받는 등 역경을 극복하고 우승을 일궈낸 밀라크는 경기 후 “믿을 수 없는 결과”라면서도 “나 스스로 믿는다면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마거릿 맥닐(19·캐나다)도 22일 여자 접영 100m에서 종목 최강자 사라 셰스트룀(26·스웨덴)의 대회 4연패를 저지하며 깜짝 우승했다. 마지막 50m 구간에서 자신의 우상을 앞지르는 역영을 펼쳤다. 맥닐은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했을 정도로 ‘무명’이었다. 주요 대회에서 입상한 기록도 없다. 맥닐은 “시상식에 서는 것만을 바랐는데 금메달까지 땄다”며 “언제나 셰스트룀을 동경해왔다”고 기쁨을 표했다. 계영 400m 동메달에 이어 접영 100m 금메달까지 추가한 맥닐은 이번 대회 2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이름을 알렸다.
아리안 티트머스(19·호주)는 21일 여자 자유형 400m에서 ‘수영 여제’ 케이티 러데키(22·미국)를 누르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러데키는 이 종목 대회 4연패를 노리던 세계 최강의 선수다. 맥닐처럼 티트머스도 막판 스퍼트를 펼치며 러데키를 마지막 30m구간에서 제쳐냈다. 티트머스는 경기 후 “스스로 잘 해낼 것이라 믿었기에 승리가 놀랍지는 않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티트머스는 24일 열린 여자 자유형 200m에서도 메달을 추가했다. 세계선수권 8회 연속 메달을 따낸 ‘전설’ 페데리카 펠레그리니(31·이탈리아)에 고작 0.44초 뒤진 2위였다. 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 개인전 무관에 그친 뒤 두 번째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두 개의 메달을 따낼 정도로 급성장한 티트머스는 단숨에 여자 자유형 유력 주자가 됐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