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교육에 헌신하며 교과서의 양성평등 단원까지 집필한 교사가 자신이 쓴 단원을 가르치다가 성범죄자로 수사를 받게 됐다.”
국내 대표적인 교육시민단체가 성교육 중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영상 등을 보여줬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광주 H중학교 도덕 교사를 변호하고 나섰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25일 ‘성평등 교육하다가 성범죄자로 몰린 교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교사는 양성평등, 학생인권, 민주시민교육에 헌신해온 공로가 크며 특히 해당 도덕교과서의 성윤리, 양성평등 단원의 집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자신이 집필한 교과서 단원을 가르치다가 성범죄자로 수사를 받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시교육청은 광주 H중 도덕 교사 배이상헌씨를 지난 10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배 교사의 성윤리 수업에 참여한 일부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문제 삼아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배 교사는 지난해 9∼10월 1학년, 지난 3월 2학년 학생들에게 프랑스 단편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보여줬다. 이 영화 속에는 여성 배우가 상의를 탈의한 채 공공장소에서 거니는 모습과 성기를 적나라하게 언급하는 대사, 여성들이 남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는 장면 등이 나온다.
시민모임은 “해당교사가 받고 있는 혐의는 수업 중 위안부 폄훼, 왜곡된 성윤리, 성적 수치심을 주는 동영상 제시 등인데, 이에 대해 교사는 인용하거나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수업 내용이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왜곡되었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동영상 ‘억압당하는 다수’에 대해서도 “다수 여성단체에서 추천해온 자료”라며 “별도의 성인 인증 없이 검색이 가능하고 보호자 지도하에 시청이 가능한 등급으로 조사되었다”고 설명했다.
시민모임은 이어 “성평등 교육은 기존의 관념을 깨기 위한 ‘불편함 주기’ 전략에 터잡는 경우가 많아서 수용자들이 반감이 생기는 경우가 잦다”면서 “교사의 해명도 없이 성 비위로 규정되고 곧바로 경찰에 수사 의뢰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H중 교사의 소명을 듣지 않은 건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며 “광주시교육감은 사죄하고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은 그동안 성비위로 신고된 사례를 적절한 조사와 교사 소명 과정 없이 무더기로 경찰 수사 의뢰하고 무혐의가 되더라도 해임, 파면 등 중징계를 해왔다.
시민모임은 이에 대해 “성비위 근절 의지를 과시하기게 급급한 관료행정이 나은 비극”이라며 “이같은 비극이 반복되면서 모처럼 학교가 성평등 문화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