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혼자서 낚싯대 5대 펴놓으면 안 됩니다. 얼른 걷으세요.”
서울 낮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19일 서울 동작대교 아래 둔치. 불법 낚시 계도 활동에 나선 한강사업본부 단속반 눈에 홀로 낚시를 하고 있는 최모(68)씨가 들어왔다. 최씨는 1인당 낚싯대를 3개로 제한한 규정을 어겨 1차 계도 대상이었다. 최씨는 “일행이 있었는데 근처에 잠깐 낮잠을 자러 갔다”고 둘러대다 마지못해 2개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한강사업본부 박모 공공안전관은 “혼자 단속 나가면 잘못한 게 없다고 우기고, 신분증도 없다고 버티는 분들이 많아 2~3명이 조를 짜서 함께 다닌다”며 “낚싯대 접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사진까지 찍지만 단속반이 떠나면 다시 펴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한강대교에서 동작대교까지 1시간가량 진행된 단속에 낚싯대 초과 사용으로 3명이 적발됐다.
한강사업본부의 낚시 단속은 ‘서울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에 근거해 이뤄진다. 한강 호안(강 기슭, 둑을 따라 무너지지 않도록 쌓은 시설물) 57㎞ 구간 중 26.56㎞(46.5%)가 낚시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낚시 허용 구간에서도 한 명이 낚싯대를 4대 이상 쓰거나 갈고리 낚시(훌치기)를 하면 1차 50만원, 2차 70만원, 3차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어분과 떡밥을 사용하는 경우엔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한강이 상수원이라 수질 관리 차원에서 과태료가 높게 책정됐다고 한다.
과태료 부담이 크므로 단속 현장에선 실랑이가 자주 벌어진다. 낚시금지구역에서 낚시를 하고는 “잘 몰랐다”고 발뺌하거나, 떡밥을 걸어놓고 단속반이 오면 낚싯대를 세게 감아 물 속에 떨어뜨려 증거를 없애는 식이다.
이원군 한강사업본부 반포안내센터장은 25일 “과태료가 세다보니 단속에 나서면 거세게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낚시가 시민들의 여가 활동이기도 한 만큼 1차 계도하고,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낚시 단속은 한강사업본부 내 단속 전담 공무원(19명)과 공공안전관(156명)이 맡고 있다. 이들이 11개 한강공원을 돌며 불법 낚시를 비롯해 그늘막 설치, 취사 등 여러 단속을 하고 있다. 야간에는 과태료 부과 권한이 없는 공공안전관들이 교대로 단속을 하다 보니 이런 빈틈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24일 저녁 한강공원 당산철교~양화선착장 구간을 둘러본 결과 낚시를 하고 있는 30여명 중 9명이 대놓고 떡밥을 쓰고 있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불법 낚시 계도 건수는 3만8270건이지만 과태료 부과는 31건뿐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예산 등의 문제로 전담 공무원 확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낚시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시낚시협회에 등록된 회원 수는 지난 1월 기준 2만2780명으로 2년 전에 비해 6000명 이상 증가했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낚시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새로 낚시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의 낚시 인구는 2010년 652만명에서 2016년 767만명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8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사진=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