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무역 전쟁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25일 이와 관련, “(일본은)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고 외교적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자”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갖고 “일본 정부에 말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전략물자 수출 우대 국가, 이른 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며 “만약 일본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면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3개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된다. 일본 정부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통해 이들 품목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현재까지 해당 품목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승인은 없다. 이들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90%다.
이 총리는 한·일 간 무역 전쟁이 양측에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며 양국이 외교적 협의를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총리는 “우리는 외교적 협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일본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이번 사태는 한·일 양국, 나아가 세계의 경제가 떼려야 뗄 수 없게 연결됐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 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 연결을 흔드는 일본의 조치는 결코 지혜롭지 않다. 그것은 일본에도 세계에도 이익을 주지 않고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무역 질서의 중요함을 강조함으로써 일본을 외교의 장(場)으로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표적 ‘지일파’인 이 총리가 공식·비공식 채널을 활용해 협상에 나서면서 한일무역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자 시절 도쿄특파원을 지낸 이 총리가 여러 채널을 통해 협상을 조율한다면 일본과의 접점 찾기가 수월해질 수 있어서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16일 방글라데시와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타르 4개국 순방 중 타지키스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과) 모종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며 “서로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수면 위아래서 일본과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22일 오전 4개국 순방에서 귀국한 이 총리는 이 총리는 곧바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로 이동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1시간가량 한·일 현안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