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은 24일(현지시간) 이번 발사가 ‘대북 매파’로 알려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한 것과 연관시켰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이 구체적인 외교적 진전을 낳는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정치학과 부교수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은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랑 부교수는 이어 “북·미는 비핵화 실무협상 일정을 합의하지 못했다”면서 “대신,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 시험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핵능력 가능성이 있는 잠수함을 시찰하고, (미사일들을) 발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랑 부교수는 미국 정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발사체 중 최소 하나는 ‘킴스칸데르(김정은의 성 ‘김’과 러시아 미사일 ‘이스칸데르’ 합성어)로 불리는 고체 연료 탄도 미사일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나랑 부교수는 “한·미가 다음 달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경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던 개인적인 약속을 어겼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 연합훈련이 열리면 모든 것이 무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전문 웹아시트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는 “이번 발사체 시험이 북한의 마지막 행동이 아닐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위트는 이어 김 위원장의 잠수함 시찰과 연관지으며 “그들(북한)은 자신들이 터프하고 강하며 어느 누구한테도 굴복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위트는 미국의 조용한 대응을 주문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과 미 국방부·국무부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그러면서 이번 발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판문점 북·미 회동 이후 북한의 첫 미사일 실험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되려는 시점에 나온 북한의 이런 도발적 움직임이 협상 재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나타내려는 것인지, 또는 협상 전략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WP는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북한의 이번 행동은 북한 미사일 발사 중단을 외교 성과로 자평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 사실을 긴급 속보로 보도했다. 또 미 국방부는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발사체’로 규정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CNN은 미 국방부 관리의 초기 평가 결과를 인용해 북한이 최소 한 발 이상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익명의 미 당국자가 “북한의 발사체가 단거리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