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직접 남하한 ‘직파 간첩’이 붙잡혔다. 직파 간첩을 검거한 건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7월 이후 13년 만이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한 달간의 조사를 마치고 직파 간첩을 지난 23일 검찰에 송치했지만 극도로 보안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정원과 경찰이 지난달 남파 간첩 용의자인 A씨(40)를 모처에서 검거했다. 수사 당국은 A씨가 북한의 대남(對南) 공작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인 ‘정찰총국’의 지시에 따라 파견된 간첩으로 보고 있다. 활동 기간은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A씨가 수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가 출국한 뒤 지난해 서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국적을 세탁하고 제주도를 통해 다시 입국한 것으로 파악했다. A씨의 입국 경로를 수상히 여긴 국정원은 감청 등을 통해 혐의점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A씨는 국내에서 스님으로 행세하며 불교계에 잠입해 활동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2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과 경찰은 A씨를 합동 조사해 활동 내용과 북측의 지령, 수집한 정보를 북측에 전달하기 위해 부여받은 암호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컷뉴스는 국정원과 경찰이 지난달 말쯤 A씨를 검거한 뒤 한 달간의 조사를 마치고 지난 23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보도하기도 했다. A씨가 검거된 시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따른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시점과 겹친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공안 분야에서 직파 간첩을 검거한 건 큰 업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화국면, 목선 입항 사건 등을 고려해 성과로 내세우지 못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정 간첩이나 국내 인사가 전향해 이적(利敵) 행위를 한 포섭 간첩이 아닌 북한에서 직접 남파한 ‘직파 간첩’이 검거된 건 2006년 참여정부 이후 13년 만이다. 당시 정찰총국 전신인 노동당 35호실 소속 정경학(61)씨가 태국계 미국인으로 위장해 국내에서 공군 레이더기지 등의 사진을 찍어 북측에 전달하는 활동을 벌이다 기소돼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김일성 종합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엘리트로 알려졌다. 당시 대북 햇볕정책을 펼친 김대중( DJ)정부에 이어 출범한 참여정부에서 벌어진 간첩 사건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한편 국정원이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검거한 간첩은 35명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