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최고위원은 23일 오후 영공 침범 사태가 발생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에서 국민에게 홍보한 러시아는 ‘착한 러시아’였는데, 그 러시아의 군용기가 침범했단다”라면서 “역시나 물타기성 ‘충격완화용 아이템’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외교적 고립이란 게 이런 거다”라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러나 24일 오전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이 나오면서 인터넷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러시아 차석 무관이 23일 오후 국방부 정책기획관에게 유감을 표명했고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거나 ‘한국 측이 가진 영공 침범 시간, 위치 좌표, 캡처 사진 등을 전달해주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윤 수석의 발언이 이 최고위원의 비판과 정면으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일부 네티즌들은 “지금 이 순간 가장 민망한 사람은 이준석일 것”이라며 몰아세웠다. 이 최고위원은 그러나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져도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며 한국은 여전히 외교적 고립에 빠져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최고위원은 윤 수석의 발표에 나온 뒤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군용기가 경계선을 넘어왔는데 ‘(러시아의) 의도 없었음’ 한마디에 청와대가 그 입장을 온 동네에 홍보한다”면서 “(러시아는) 얼마나 우리가 우스워 보이면 이런 해명을 하나”라고 썼다.
그는 러시아는 항법장치에 크게 신경을 쓰는 나라라며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침범이었다’는 해명을 믿지 않았다. 이 최고위원은 “러시아는 GPS에 대항해 자체 글로나스 위성까지 띄워서 항법장치에 대해 신경 쓰는 국가”라면서 “글로나스가 그렇게 수 ㎞단위의 오차가 있다면 애초에 러시아제 무기 쓸 사람이 없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위원장이 러시아의 해명에 대해 “의도적이 아니라는 것은 허언”이라고 한 발언도 거론했다.
이 최고위원은 “청와대는 러시아가 의도 없었다고 강조하고,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장은 그게 허언이라고 한다”면서 “고니시가 ‘가도정명’(假道征明)이라고 써들고 오면 ‘우리를 공격할 의도는 없댄다’라고 믿어줄 기세”라고 비꼬았다.
이 때까지도 네티즌들의 비난은 줄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가 러시아 측의 유감 표명을 공식 발표하고 불과 몇 시간 뒤 러시아가 침범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공식 전문을 국방부에 보내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국방부는 “주러시아 무관부를 통해 23일 자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 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내용의 공식 전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 왜곡일 뿐만 아니라 어제 외교 경로를 통해 밝힌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발표로 몰매를 맞았던 이 최고위원의 의견이 러시아의 입장 번복으로 결국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접 러시아 타스 통신 기사를 읽어보니 러시아가 유감을 표명했다는 윤 수석의 발언과 전혀 달랐다. 청와대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확신했다”면서 “그나마 러시아의 공식 입장이 곧바로 전달돼 ‘이준석이 옳았다’는 사실이 확인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