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잠룡(潛龍)들이 여의도 복귀를 준비 중이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내년 총선 출마 결심을 굳혔고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도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는 등 외부 인사와의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과거 총선을 앞두고 기득권 내려놓기와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살려낸 주역인 만큼, 보수 세력의 총선 판짜기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원외에서 활동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 원내에 입성해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차기 총선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이명박정부 당시 최연소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고, 재선 경남지사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로 나서 3선에 도전했지만 김경수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출마 지역으로는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군 등이 거론된다. 김 전 지사는 거창군 태생으로 고향에서 도의원과 군수를 지내 지역 연고가 깊다는 평가다. 해당 지역구에는 초선의 강석진 한국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어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당내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 대표 직전 한국당을 이끌었던 김 전 위원장도 내년 총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미국에서 귀국한 뒤 대구·경북(TK) 지역을 중심으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TK 지역으로부터 출마 요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방침이다. 김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당의 뜻에 따르겠다는 게 김 전 위원장의 입장”이라면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고 한다면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고 전했다. 당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마가 유력한 서울 종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17년 전당대회 당시 “고향인 대구에서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던 홍 전 대표도 대구 수성갑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해당 지역구에는 민주당의 대권주자인 김부겸 의원이 현역으로 있어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완구 전 총리도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고 지역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홍성·예산, 세종, 천안 갑 등이 출마 예상 지역으로 꼽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일찌감치 험지로 꼽히는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에 자원해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다만 상대가 해당 지역에서 5선을 한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인 만큼 지역 분위기는 아직 열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추 의원이 5선을 한 만큼 피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한국당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며 “이번에 지면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무소속 서청원 의원 등 유력 보수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하는 등 총선 판짜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황 대표는 최근 김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이 보수·진보 양 진영에서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며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낸 경험이 있는 만큼 총선 전략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